장애인인권헌장은 ‘장애인은 자유로운 이동과 시설 이용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받아야 하며 의사 표현과 정보 이용에 필요한 통신ㆍ수화 통역ㆍ자막ㆍ점자 및 음성 도서 등 모든 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 4월부터 시행된 장애인 차별금지법 중 미디어 관련 제도가 위기를 맞았다. 10개월이 지난 올해 2월, 필요성이 확실치 않은 제도를 없애는 규제일몰제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에 대한 미디어 접근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웹 페이지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산하의 IABF(정보통신접근성향상표준화포럼)는 장애인의 웹 접근성 향상을 위한 몇 가지 조항을 제시한다. 우선 웹 페이지의 모든 콘텐츠는 텍스트(문서)의 형식으로 제공돼야 한다. 텍스트는 다른 콘텐츠 형식보다 접근성이 높고 스크린리더*등의 컴퓨터 보조장치와도 호환이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림이나 동영상 등에는 대체 텍스트를 덧붙여 동일한 내용의 정보를 전달하게 해야 한다. 또, 웹 페이지의 변화를 사용자가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임의의 시간에 따라 스스로 변하는 콘텐츠는 사용자가 그 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추가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 또, 정보를 구분할 때는 색상에만 의존하지 않고 무늬등을 추가하며, 과도하게 깜빡이거나 움직이는 콘텐츠는 인식도가 떨어지므로 피한다. 이 외에도 사용자 편의에 맞춰 키보드로만 운용이 가능해야 하고 페이지의 논리적 구성을 위해 부호 등을 알맞게 사용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최근 개설된 동아일보의 보이스뉴스(http://voice.donga.com)는 이러한 조항들을 반영한 웹 사이트다. 텍스트의 글자색과 바탕색을 확연히 대비시키고, 글자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간단한 조작키를 제공해 사용자의 시각적 접근을 쉽게 했다. 무엇보다도 광고를 없애 정보의 접근성을 대폭 높였다. 물론 모든 기사를 ‘음성’으로 들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보이스뉴스는 다른 웹 사이트들과 비교하면 제공하는 정보가 비교적 ‘기사’로 제한돼 웹 접근성을 높이기 쉬운 편에 속한다. 포털 사이트를 비롯한 다른 대부분의 사이트는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다양해 구성을 단순화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현실상 광고를 모두 없애기 힘들다는 것도 국내 웹 접근성을 낮추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우리 학교의 문형남(정책ㆍ산업대학원e비즈니스 전공) 교수는 “생활 속에서의 장애인의 지위는 비교적 나아졌지만 웹상에서는 아직도 차별이 심각하다. 실제로 많은 장애인들이 아주 힘들게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며 웹 접근성을 높여야 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웹 접근성’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지지 않았거나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이 이용하기 쉬운 웹 환경을 만드는 데 비용이 많이 들고 비장애인들에게 더 불편하다고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비용도 얼마 들지 않을뿐더러 비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도 효율적인 웹 페이지가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웹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문 교수는 “기업과 이용자가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을 홍보하고, 대학 기구나 기업 등에서 전문가 양성을 위한 전문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브라운 대학의 세계 전자정부 평가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8개 중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웹 접근성 평가결과에서는 43위에 머물렀다. 이는 우리나라가 기술을 받쳐주지만 혜택이 모두에게 공평히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방송


TV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방송으로 수화통역방송ㆍ자막방송ㆍ화면해설방송 등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자막방송 비율은 평균 90%를 넘어서고 있는데 반해 수화통역방송과 화면해설방송 비율은 평균 6% 내외에 불과해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도 케이블이나 위성방송의 경우는 몇 개의 공익채널과 보도채널을 제외하면 장애인의 시청을 위한 서비스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김경민(교육 07) 학우는 “화면해설방송을 이용하기 위한 별도의 장비가 있다고 해도 화면해설은 일부 프로그램에 한정돼 있다”며 “가끔 해설과 배우의 목소리가 겹쳐 정보전달에 방해가 돼 오히려 불편한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미국은 공영방송과 케이블방송 등 거의 모든 방송에서 자막방송이 일반화됐다. 또, 13인치 이상의 모든 TV수상기에 자막수신장치 내장을 의무화해 고가의 장비를 설치하지 않더라도 자막방송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도서


국회도서관은 최근 수화통역서비스를 시작했다. 청각 또는 언어장애를 가진 도서관 이용자와 사서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다. 수화통역은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의 중계사를 도서관에 연결해 방문자가 원하는 자료를 찾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또 국회전자도서관(http://www.nanet.go.kr)과 책읽어주는도서관(http://voice.lg.or.kr) 등에서는 시각장애인 및 약시자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음성서비스를 제공하고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http://www.hsb.or.kr)에서는 점자도서를 출판하고 있다.


또 각 지역별로 시각장애인 도서관이 설립돼 운영되고 있다. 서초구는 반상회보 ‘서초소식’을 촉각적ㆍ시각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매 달 소식지가 나올 때마다 점자판을 함께 배포하고, 내용을 음성으로 바꿔주는 음성변환출력코드 기술도 도입했다. 이것으로 인해 난독증을 갖고 있는 주민과 당뇨 및 여러 질병으로 시력이 약해진 주민들에게 정보를 쉽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또 제주도서관은 도서관 방문이 어려운 장애인 및 노약자가 도서관에 직접 오지 않고 전화로 도서 대출 신청을 하면 무료로 책을 집까지 배달해주는 장애인 및 노약자 도서대출 택배 서비스를 운영한다.


도서 접근성에 관해 김 학우는 “일반도서는 점자 도서관에서 봉사자들이 워드로 입력해놓은 점자 도서 등을 이용할 수 있지만 3월 초에 필요한 수업 교재는 읽을 수 있는 책을 바로 구하기 어렵다”며 “출판사에서 워드로 된 도서 원본을 판매하면 되는데 저작권을 이유로 판매하지 않는다. 우리도 정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형식이 다른 도서를 읽을 권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정보의 중요성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비장애인들과 동등한 권리를 가진 장애인이 현대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정보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모든 사회 구성원의 행복을 위해 세심한 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스크린리더 : 시각장애인들에게 컴퓨터 화면에 나온 정보를 음성으로 알려주는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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