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도서관 홍은원 영상자료관에서 ‘버킷리스트’라는 영화를 상영해 주었다. 암을 선고받고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두 남자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서 하나하나 실행해 나가는 이야기 이다. 대학에 오기 전 나도 대학생이 되면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놓았다. 그러나 이리저리 참석해야 하는 것도 많고, 괜한 욕심들 때문에 이것도 참여하고, 저것도 보려하니 정신없이 바빴다. 그래서 정작 적어놨던 많은 일들은 뒷전이 되고만 있는 것 같다. 학교를 다닌 지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적응은 조금씩 잘 한 것 같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는 것 같아서 무엇인가 더 하려고 하다 보니 분주한 마음만 남는다. 그렇게 이것저것하며 3월을 보내다 보니 벌써 4월이다. 2009년의 1/4를 지나온 셈이다.


얼마 전 친구가 전공교수님이 해 준 말씀이라며 이런 말을 해줬다. 꽃이 다 핀 뒤 ‘꽃이 피었구나!’ 라고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 꽃이 피길 기다리며 ‘관찰하는 사람이 되자’ 라고 말이다. 이제 4월에 볼 중간고사 때문인지 과제와 공부에 대한 압박이 서서히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그 교수님의 말씀처럼 꽃이 피길 기다리며 관찰하는 여유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더 든다. 봄을 만끽할 여유가 없는 대학생활은 정말 슬플 테니까. 아직도 지금까지의 내 모습처럼 분주하게 생활하는 새내기 친구들이 있다면 우리 4월에는 좀 여유를 갖자고 말하고 싶다. 고3 때 공부하면서 혹은 몇 년을 더 공부하면서 대학가면 꼭 해보고 싶었던 일들 해나가는데 분주하겠지만 틈틈이 봄이 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어쩌면 4월이 시작되는 즈음이라 3월보다 더 알차게, 열심히 보내자 라는 말을 해야 맞겠지만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더 힘을 내기 위해선 4월 한 달은 후퇴한다는 심정으로 마음을 편히 먹었으면 좋겠다. 다이내믹한 3월을 보냈다면 4월은 좀 더 여유롭게 대학생활을 즐기고 싶다. 또한 그런 여유를 가지고 내가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대학가면 해보고 싶었던 일들, 예를 들어 카페에서 오랜 시간 앉아 책 읽어보기, 혼자서 영화 보러 가보기 등 조용히 나 혼자 하고픈 일들을 차근차근 즐기고 싶다.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고, 이것저것 적응하느라 정작 신경 쓰지 못한 나 자신을 위해 ‘여유’를 선물하고 싶다.
                                                                                                                                          이지연 (인문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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