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는 4강에 올랐다. 또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 선수들의 선전으로 종합 성적 7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리고 얼마 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우리나라는 준우승을 차지해 우리에게 큰 기쁨을 줬다. 이런 국제적인 규모의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대회에 참가한 선수는 물론 국민에게도 감동을 선사한다. 지금부터 하려는 얘기는 국제 스포츠 대회에 관한 것이 아니라 국제 수학자 대회(ICM)에 대한 것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노벨상은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문학, 평화, 경제학의 6개 부문으로 나눠져 있고 매년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수여된다. 하지만 노벨 수학상은 없다. 수학분야의 최고상은 ‘필즈(Fields)’상으로서 4년마다 열리는 국제 수학자 대회 개막식에서 개최국 국가원수가 수여한다. 국가원수가 메달을 수여하기 때문에 개최국 국민들이 수학이라는 기초 과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국제 스포츠 대회는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는 선수에게 메달을 수여하지만, 국제 수학자 대회에서는 국제 수학 연맹(IMU)에서 선별을 통해 이미 그 전에 수학의 새로운 분야 개척에 공헌한 2∼4명의 40세 미만 수학자에게 개막식에서 메달을 수여한다.


  우리나라가 지난 반세기 동안 사회적‧경제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해왔듯이, 수학이라는 학문에서도 놀랄만한 성장을 거뒀다. 우리나라 자체에도 수학이 발전돼 왔지만, 심오하고 오랜 기간에 걸쳐 쌓여온 체계적인 학문은 아니었다. 해방직후에 서양의 수학을 받아들이기 시작한지 50여년 만에 국제 수학 연맹에서 지정하는 수학등급이 다섯 단계 중 두 번째 단계인 4단계가 됐다. 사실 얼마 전까지 한국은 네 번째 단계에 있었지만 2단계가 한꺼번에 상승해 두 번째 단계가 됐다. 한국 수학계뿐만 아니라 세계 수학계가 깜짝 놀랄 만한 성과였다. 한국 수학자의 논문(국제학술지논문으로서 SCIE논문을 말한다) 편수 또한 2007년도 통계에 따르면 세계 12위를 차지했다. 또한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매해마다 훌륭한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어, 이 학생들이 수학자의 길을 걷는다면 한국 수학은 더욱 발전할 것이다.


  현재 국제 수학자 대회(ICM)를 2014년에 한국에서 유치하려고 유치위원회를 비롯해 한국 수학계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우리의 경쟁 국가는 이미 2번 국제 수학자 대회를 유치한 적이 있는 캐나다와 우리랑 비슷한 처지에 있는 브라질이다. 2014년에는 월드컵, 동계올림픽, 아시안 게임이 열리는 해이지만 수학 올림픽이 열리는 해이기도 하다. 부디 좋은 결과가 있어, 서울에서 세계 최고의 수학 선수들이 모이는 수학 올림픽을 개최했으면 한다. 수학자들만의 단순한 학술회의가 아니라 수학을 주제로 한 국가 간의 행사로써 이해됐으면 한다. 국민의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과 이해, 정부의 재정적 지원, 언론에서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수학전공 서검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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