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르포


이태원역에서 내리면 곧바로 느낄 수 있는 이국적인 정취가 우리에게 낯설게 다가온다. 지하철역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면 상점의 간판에 한글과 함께 쓰여진 영어ㆍ아랍어ㆍ일본어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또 이곳이 한국인지 외국인지 헷갈릴 만큼 많은 외국인이 이태원 중심거리에 거닐고 있다. 히잡(Hijab)을 두른 무슬림 여성들이 기자단을 흘끔거리며 지나치는가하면 횡단보도 건너편의 젊은 흑인ㆍ백인 여성들은 이태원에서 만족스러운 쇼핑을 한 듯 미소를 지으며 큰소리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 옆으로 들뜬 표정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카메라에 이국적인 이태원의 풍경을 담는다.


이슬람사원으로 올라가는 골목 주변에는 무슬림 식료품점과 전통 이슬람 제과점 그리고 터키와 인도 음식점 등 이슬람문화의 음식을 접할 수 있는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기자단이 방문한 한 우즈베키스탄 음식점에서는 구운 양고기와 중앙아시아 발효요구르트가 어우러진 볶음밥을 맛볼 수 있었다. 강한 향신료를 사용한 음식을 처음 접하는 이는 잠시 주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요리법이나 먹는 방식은 우리 나라 음식과 크게 다르지 않아 큰 거부감이 들지는 않을 것이다. 이 지역의 이슬람문화는 1970년대 한국무슬림중앙회에서 이슬람사원을 건설하면서 유입됐고 그 주변에 이슬람 상점들이 들어섰다.


이태원은 서울 중심부에 위치해 접근성이 높고, 외국인의 왕래가 많아 주한 필리핀ㆍ덴마크ㆍ아르헨티나ㆍ우크라이나 대사관들이 자연스럽게 이곳에 들어섰다. 이태원의 한자어표기를 통해 이태원이 예전부터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 시대 일본상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이 지역 시전 근처에 모여 살아 이곳을 이타원(利他院)으로 불렀는데, 배나무를 많이 심게 되면서 음이 유사한 이태원(梨泰院)으로 변하게 됐다는 설이다.


이 지역이 서울시의 주요상권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은 6ㆍ25전쟁 이후이다. 이때부터 이태원에 용산기지의 미군을 대상으로 한 기념품 상점과 외국인의 유흥을 위한 상권이 형성됐다. 게다가 1997년 서울시가 이태원거리 일대를 국제관광특구로 지정하면서 카지노를 비롯한 호텔 등의 서비스업이 급부상했다. 또한 이태원은 이국적인 분위기의 음식점과 술집뿐만 아니라 개성 있는 패션아이템이 많아 유행에 민감한 젊은 층에게 쇼핑의 메카로 각광받고 있다.


취재차 들른 터키 케밥전문점의 요리사들은 한국과 터키는 형제의 나라라고 말하며 기자단을 반갑게 맞았다. 낯선 언어와 다른 피부색에도 경계하지 않고 먼저 다가오는 이태원의 친근함을 느끼게 한다. 여러 문화의 융합 속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호존중과 자유로움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이태원만의 독특한 색채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대표적인 서울의 문화중심지로 알려져 있는 이태원. 도심 속에서 ‘이국적’이고 ‘색다름’을 추구하는 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을 한번 방문해 다문화를 직접 체험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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