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제간 교육 강화되나, 전공별 양극화 심화’

우리 학교는 학생들에게 다전공제도를 권장하기 위해 01학번부터 심화ㆍ복수ㆍ부전공 이수를 의무화했으며 정원이나 성적에도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다전공제도는 학문의 다양성 신장을 위해 마련됐으나 오히려 특정 학과에만 지원자가 편중되는 ‘쏠림현상’을 낳고 있다. 이에 숙대신보 취재부에서는 우리 학교 다전공제도 특징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학교의 입장을 들어봤다.


●심화ㆍ복수ㆍ부전공 의무


복수전공, 부전공 등의 다전공제도는 학문 간의 벽을 허물어 학제 간 교육을 강화하고 진로와 관련된 여러 학문영역에 대한 학우들의 욕구를 충족해주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01학번 이후에 입학한 학우들은 제 1전공의 심화과정을 이수하거나 복수전공(제 1전공 일반전공과정+제 2전공 일반전공과정) 또는 부전공(제 1전공 일반전공과정+부전공)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컴퓨터과학 전공이나 약학 전공과 같이 심화과정이 없는 전공 소속 학우는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이수하지 않고 제 1전공의 일반전공과정만 이수해도 된다.


●인원ㆍ성적 제한 없어


우리 학교 다전공제도의 특징은 전공선택이 매우 자유로운 것이다. 즉, 복수전공과 부전공을 선택할 때 인원이나 성적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또한, 이미 선택한 복수전공과 부전공도 횟수에 제한 없이 변경 가능하다.
이처럼 누구나 원하는 전공을 선택해 공부할 수 있게 한 것은 학우들에게 학문적 다양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함이지만 이에 적절한 제도적 바탕이 마련되지 못해 문제가 되고 있다. 지원자가 집중되는 일부 전공의 경우, 전체 인원을 수용할만한 교원과 분반을 갖추지 못해 학우들의 수업권이 침해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취업에 유리한 경상계열 지원자가 많다. ‘경상계 열풍’은 타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이나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전공 신청 시 학점이나 면접 심사 등으로 인원을 통제하고 있다.


가장 많은 수의 학우들이 복수전공 하고 있는 것은 경영학(1,495명) 전공이다. 그 다음으로 영어영문학(426명)ㆍ경제학(377명)ㆍ홍보광고학(357명)ㆍ정보방송학(318명) 전공 순으로 복수전공 인원이 많다. 경영학 전공과 경제학 전공이 속한 경상계열을 복수전공하는 학우는 1,872명으로 복수전공을 선택한 학우가 5,764명임을 고려할 때 경상계열에만 약 32%가 몰려있는 것이다.


박규진(경영 07) 학우는 “수강신청 시 경영 전공과목에서 2학년은 거의 다 떨어진다고 보면 되고 심지어 3, 4학년의 수강탈락률도 높다”라고 말했다. 또한 박 학우는 “경영학과에서는 탈락된 과목도 교수님의 승인을 받으면 수강할 수 있게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졸업이 임박한 4학년에 한해서만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학기 경영학 전공 과목의 수강탈락률은 평균 탈락률인 16.4%를 크게 웃돈 42.3%를 기록했다.(▶숙대신보 1173호 3면 참고)


●전공 심화지식 부족 우려돼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신입생에게 타 전공의 수업을 수강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우리 학교는 복수전공이 불가능한 전공을 제외하고는 1학년 때부터 자유롭게 수강하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학우들은 수업을 미리 들어보고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학우들이 복수전공 및 부전공의 선택과 변경에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에 전공에 대한 심층적인 지식을 쌓을 수 없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일현 학사지원팀장은 “보다 심층적인 지식을 쌓고 싶다면 심화전공을 선택하고 다양한 학문을 폭넓게 공부하고 싶다면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선택하길 바란다”며 “이 같은 다전공제도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모두 일장일단이 있기 때문에 학생 개인의 바른 선택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 팀장은 “학생들은 가급적 이른 시점에 자기가 어떤 분야를 공부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복수전공을 선택하기 위해 여러 학기를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송인섭(교육학 전공) 교수는 “어떤 문제의 답을 구할 때 여러 학문의 복합적인 사고가 요구될 때가 많기 때문에 학문융합을 추구하는 다전공제도의 취지는 좋다”라고 말했다. 이어 송 교수는 “그러나 학문적인 기초가 되는 인문ㆍ사회 영역이 소외되고 접근이 편리한 특정 학문에 집중돼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장기적 해결방안 필요해


다전공제도는 ‘학제간 결합’이라는 오늘날 고등교육의 큰 화두에서 출발했지만 문제점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가시화되고 있는 것은 ‘수강탈락’과 ‘학과별 양극화’ 문제이다. 김 팀장은 “비슷한 계열로만 복수전공과 부전공을 신청하도록 하는 방법도 고려한 바 있으나 이는 학생들의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학생들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으면서 일부 전공에 지원자가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나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수강 확정 시 우선순위의 기준을 조정하거나, 수요가 많은 과목이 분반을 늘리는 등의 단기적인 해결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다전공제도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매년 반복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타 학교의 사례를 참고하고 동시에 우리 학교에 적합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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