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행정안전부는 정부 5급 이상 여성공무원이 10년 전에 비해 비율로는 3.6배, 인원수로는 5.1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외무ㆍ행정고시에서도 여성의 합격률이 50%에 육박하는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일각에서는 강화된 여성인재의 역량은 외면한 채, 위에서 언급한 성과들이 여성우대정책으로 인한 것이라 주장한다. 이 기사에서는 여성정책인 「여성할당제」와 「양성평등채용목표제」의 도입취지와 정책의 내용 다뤄, 여성정책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또 최근의 경제위기로 고용안정성을 위협받고 있는 여성의 취업과 관련한 정부정책을 소개하고 그 실효성에 대해 살펴보고자한다.

<제도속에 스며든 양성평등>

양성평등채용목표제

2007년 사회복지 9급 공무원시험에서 김모씨(남, 29)는 양성평등채용목표제의 적용으로 추가 합격했다. 이 제도가 여성만을 위한 제도인줄 알았는데, 남성수험생이 어떻게 적용을 받게 된 걸까? 이전부터 사회구조적으로 차별을 받아 왔던 여성을 위해 단순히 성차별을 규제하는 정책은 양성의 양적ㆍ질적인 평등을 이뤄내기에 부족했다. 따라서 어느 정도 양성평등을 이뤄지기까지 불가피하게 여성 우대 정책이 시행됐고, 이러한 취지로 시행된 것이 바로 여성채용목표제(1996~2002년)였다.
그러나 여성채용목표정책이 남성수험생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논의가 제기되면서, 양성평등채용목표제가 2003년부터 시행됐고 행정안전부는 2012년까지 이를 시행할 계획을 밝혔다.
여성채용목표제가 양성평등채용목표제로 바뀌면서 달라진 점은 정책의 적용대상이 여성수험생에서 여성과 남성 수험생으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국가직 공무원 공개채용시험에서 한쪽 성이 전체 채용의 30%에 미달하는 경우, 미달한 한쪽 성의 응시생중 합격커트라인점수와 하한성적 사이의 지원자 내에서 추가로 합격 시키겠다는 것이다.
2003~2007년까지의 시행 결과를 살펴보면 전기ㆍ토목ㆍ건축분야에서는 여성이, 행정ㆍ정보통신ㆍ사회복지분야에서는 남성들도 이 제도의 적용을 받아 추가합격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용화 교수(법학 전공)는 “양성평등채용목표제가 공직에 진입하는데 장애를 어느 정도 완화했다. 그러나 5급 이상의 고위직보다는 추가 합격되는 이의 비중이 8급과 9급에 머물러 있어 아쉽다며 공무원 인사ㆍ승진제도에도 이와 유사한 원리의 양성평등정책이 시행돼야한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하한성적 (합격자 커트라인 점수에서 직급별로 2~3점정도 낮은 점수)

양성평등목표제 적용, 추가합격인원 총 127명 (남 17명, 여 110명, 국가직 공무원)

직급 2003 2004 2005 2006 2007
5급 10 3 4(3) 1 1(1) 1(1)
7급 74 19 9 10 20 16
9급 43 17(9) 4 6 9(1) 7(2)
127 39(9) 17(3) 17 30(2) 24(3)

()안은 남성추가합격자     출처= 행정안전부


여성할당제

한나라당 나경원, 민주당 추미애 의원 등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여성정치인들이다. 그렇다면 전체 국회의원 중에서 여성의원은 얼마나 될까? 실상 여성국회의원의 수는 전체 비중 중 10%대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여성들의 정치 참여에서 진입장벽을 제거할 필요성을 느꼈다. 따라서 정치영역의 양성평등의 질적ㆍ양적인 측면이 충족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Affirmative Action)’ 로서 ‘여성할당제’가 시행됐다.
‘할당제(Quota model)’는 국회의원 비례대표제와 지방선거 여성공천제를 통해 적용됐다. 해방이후부터 90년대 초반까지 국회의원선거 또는 지방보궐선거에서 전체 의원 중 여성의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너무나 미미했다. 16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비례대표 여성할당제가 도입된 이후 여성의원의 비율은 겨우 8%를 넘겼다. ‘권고’ 수준이었던 여성할당제가 여성발전기본법의 의해 18대 국회의원선거부터 ‘법적의무화’가 되면서 여성의원의 비중은 점차 늘어났다. 


<여성, 정책을 발판삼아 사회로 뛰어들다>

국제전문 인턴 프로그램

여성관련 국제기구나 여성관련 세계학술대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여성부는 지난 2001년부터 해마다 국제전문인턴 15명을 선발해 2009년까지 106명의 인턴에게 국제기구관련교육을 제공했다. 인턴들에게는 국제인턴전문교육 수료 후 여성관련 국제기구인 UN여성지위 위원회, OECD 등의 국제기구 회의와 심포지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여성부는 이 프로그램의 실행 취지에 대해 “여성인재들이 한국의 여성정책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2009년도 제 8기 「국제전문인턴프로그램」은 선발인원을 30명으로 확대했고, 이미 선발을 마친 상태이다. 8기 국제전문인턴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송미령씨는 "국제전문인턴십 선발자들에게 전반적으로 국제기구 인턴에 필요한 사전교육을 2주에 걸쳐 제공했으며 이 교육을 통해 많은 실무적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또 한 가지는 재정적 지원이 있어 좋았다. 다만 전 기수들(선배님들)과의 원활한 소통이 아직까지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과 재정적 지원 이외에 국제기구 인턴기회를 얻는데 직접적인 도움은 없어 인턴 스스로 기회를 얻어내야 한다는 점이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글로벌마인드를 지닌 여성인재로 나아가기 위해 국제기구인턴경험은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국제기구인턴에 관심 있는 학생은 이 제도를 활용해보자.

경기여성 e-learning 센터

경기도가 운영하는 경기여성 e-learning(www.ggw.or.kr)의 무료온라인 강좌가 호평을 받고 있다. 이곳에서는 IT 자격증 및 취업ㆍ창업 분야 지식과 관련된 온라인 강좌를 ‘여성’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2009년 3월 인기 강좌로는 <IT Trend 따라잡기 - UCC, 블로그, 유비쿼터스와 IPTV><상황별 계약서 작성의 법률적 포인트><인터넷 쇼핑몰 창업하기> 등이 있다. 중학교 기술ㆍ가정 과목 기간제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유모씨(37, 여, 일산)는 채용 전에 이 센터에서 포토샵과 컴퓨터자격증에 대한 강좌를 수강 했다. 유씨는 “컴퓨터 강좌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수업자료를 만들기도 하고 수업시간에 프로그램 이용하여 실습을 보여주기도 했다”며 유용한 정보를 온라인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여대생을 위한 「여대생커리어 개발센터」

여성부는 전국여대생의 진로개발 및 직업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는 아주대ㆍ순천대 등 전국 20여개의 대학에서 운영되고 있다. 순천대학교의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센터의 경우 2008년 사업에서 순청시청 취업지원단과 금융계 취업지원단의 활성화로 수십명의 취업자를 배출했다. 또 순천지역 여성인력 취업지원단과 순천종합고용지원센터, 그리고 대학 내 산학협력네트워크를 이용해 상당수의 학생을 취업에 성공시켜 2008년 사업평가 우수센터로 선정되는 쾌거를 올렸다. 순천대 「여대생커리어 개발센터」의 관계자는는 “경제난과 최악의 실업률 때문에 위축돼있는 학생들에게 취업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으로, 여대생의 호응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위기속에서 여성 고용창출과 고용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적극적으로 추진돼 성과를 내는 사업도 있으나 계획만 세워놓고 추진되지 않는 사업들도 있다. 하지만 아직 상반기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고용정책의 성과를 판단하는 것은 섣부를 수도 있다. 정책의 준비 단계부터 꼼꼼하게 준비해 2009년 여성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정부 그리고 여러 지자체의 모습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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