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길었던 겨울방학이 끝나고 개강이라는 새로운 시작의 날이 왔습니다. 우리가 어떤 길을 걸어서 지금에 오게 됐는지 생각하게 하는 3월입니다. 지금까지 오게 했던 그 길은 가고 싶었던 길일 수도 있고,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일 수도 있겠지요. 우리 모두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깊이 생각해보고, 새로운 길을 힘차게 걸어갔으면 합니다.
박지은 (인문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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