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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주문 '더 작아져라'
정소영 기자  |  smpjsy71@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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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7.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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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탄다. 콩나물시루처럼 사람들로 꽉 들어찬 버스 안.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던 옆사람이 키득키득 웃는다. 재밌는 문자라도 왔나? 슬쩍 휴대전화 화면을 보니 ‘주몽’이 방영되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저마다 손바닥 안을 들여다보며 무엇인가에 열중하고 있다. 전자책으로 원서를 읽는 사람, PMP로 영화를 보는 사람……. 모두 같은 버스 안에 있지만 제각기 다른 일에 열중한 모습이 왠지 낯설게 느껴진다.

   
 
   
 

전자제품이 무서운 속도로 작아지고 있다. 가방이 아닌 주머니 속에 쏙 들어가는 전자책, 손 안의 텔레비전 DMB, 문틈으로 들어갈 만큼 얇은 휴대전화, 목에 거는 액세서리 역할까지 하는 MP3플레이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는 신제품들은 전자제품인지조차 헷갈릴 정도로 작고 가볍다. 이렇게 크기가 작은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는 것은 소비자들의 기호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 애니콜 마케팅팀의 김창준 대리는 “소비자가 작고 얇은 것을 원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작은 제품 출시에 방향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현대인들의 성향은 전자제품들을 더욱 작아지게 만들고 있다. 예전에는 우물, 두레, 향약과 같이 이웃과 함께하는 문화가 성행했지만, 현대 사회로 접어들면서 이웃 간 소통의 문은 굳게 닫혔다. 상호작용이 단절되자 ‘내 것’의 개념이 강해지고 개인주의가 팽배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공동 소유의 물건을 쓰는 것 보다 개인의 것을 각자 갖고 다니는 것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됐다. 작은 것들은 이러한 현대인의 요구에 부합해 탄생한 것이다.


필요할 때 즉각 이용할 수 있어야 마음이 편해지는 현대인들의 특성도 전자제품을 소형화시킨다. ‘빨리 빨리’가 현대인을 대변하는 말이 되면서 사람들은 모든 것이 손에 닿는 거리에 있어야 안심할 수 있다. 휴대전화, 전자책, MP3플레이어, DMB 등 크기가 작으면 작을수록 내 몸에 모두 완비하고 다닐 수 있기 때문에 작은 크기를 선호하는 것이다.


특히 전자제품 시장에서는 작고 예쁠수록 경쟁력이 커진다. 소비자는 소형 전자제품 구매시 기능보다는 디자인을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으로 단숨에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의 정상에 올라선 애플사의 ‘iPod’은 실제로는 경쟁사보다 기능면에서 다소 떨어졌다. 우리학교 김봉환(교육심리학 전공) 교수는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들은 사용 설명서에 밑줄쳐가며 복잡한 기능을 공부해야 하는 제품은 기피하기 마련.”이라며 현대인의 특성에 의해 기능과 디자인이 단순화되는 현상을 설명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은 현대 전자제품 시장에 가장 어울리는 말인 듯하다. 기업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며 더 작고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해주지만, 각박해져가는 사회를 반영하는 현상인 것 같아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작은 것에 열광하는 사회, ‘초슬림’해지는 전자제품 역시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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