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박인찬(숙명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부 교수)

평론은 그 정의가 무엇이든 기본적으로 하나의 잘 짜여진 글이다. 문학작품에 관한 비평적인 글이되, 형식과 조리를 갖춰 자신의 생각을 펼쳐 보인다는 점에선 다른 글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평론에서 강조되는 객관성과 엄밀성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그러한 형식과 조리를 좀더 구체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표현이나 문체가 멋있고 화려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이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앞의 대상을 면밀하게 파악하여 가능한 진솔하고 짜임새 있게 나타내는 일일 것이다. 비평이 담보해야 할 글쓴이의 주장과 통찰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도 이러한 요건은 필수이리라.


하지만 말이 쉽지 그 이름에 값하는 평론을 쓰기가 어디 녹록한 일인가. 올해의 평론부문 응모작들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느낀 소감이다. 지난 이년 동안 수상작을 못낸 터라 올해는 좀더 간곡한 마음으로 심사에 임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 간곡함을 좀더 가지고 가야 할 듯싶다. 아쉽게도 올해 역시 수상작을 뽑지 못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한 편 적은 총 세 편이 투고되었다. 공교롭게도 세 편 모두 최근 시에 관한 글들이어서 한편으론 무척 반가웠다. 그런데 그 반가움 못지않게 아쉬움도 있었다. 가령, 조말선의 시를 다룬 글에서는 평론이라기보다는 감상문에 가까운 사적인 산문을 읽는 느낌이었다. 다른 두 응모작은 본격적인 평론에 가까웠지만 당선작으로 뽑기엔 좀 망설여졌다. 공교롭게도 두 글은 형식과 범위에서 아주 대조적이었다. 시공간을 새로운 감수성과 언어로 제시하는 이장욱의 시를 분석하는 글에서는 정밀하고 감성적인 독법이 돋보였지만, 그것을 포괄하는 글의 주제와 문제의식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이에 비해 90년대 이후 한국 시를 탈근대적 시각에서 훑고 있는 글에서는 지나치게 커다란 화두와 도식적인 범주를 갖고서 무려 열 권 가량의 시집을 다루려는 의욕 때문에 노력한 것에 비해 논의가 치밀하지 못했다. 글의 문제제기는 살리되 차라리 두세 권의 시집에 치중하여 앞의 응모작처럼 세밀하게 논의했더라면 훨씬 더 좋았을 듯싶다.


올해에도 당선작을 내지 못하여 마음이 무겁다. 그만큼 수준을 갖춘 평론을 만나고 싶은 바람도 크다. 소중한 글을 투고해준 응모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좀더 가다듬고 정진한다면 분명 값진 열매를 맺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년엔 반드시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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