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구명숙(숙명여대 국어국문학전공 교수)
심사위원 한대균(청주대 불어불문학 전공 교수)

 

응모작 총 38편의 시편들 중에서 1차 선정된 10편을 놓고, 심사위원들은 최종 심사에서 3편을 고른 후 논의를 거듭한 끝에 「스펀지 인형」을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마지막까지 경합한「귀뚜라미를 염하다」와「외출」은 모두 시적 이미지를 구사하는 능력은 돋보였지만, 그 이미지가 작위적인 편이어서 자연스럽게 독자의 가슴 속으로 흐르는 길은 막혀있었다. 우선 「귀뚜라미를 염하다」는 시 제목이 강한 호기심을 끌어 당겼지만 아버지와 귀뚜라미에 대한 이미지의 연결이 부자연스러웠으며, 군데군데 강한 시적 환기력이 담긴 표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상의 형상화가 다소 미흡하다는 의견이었다. 「외출」은 산문시의 틀 속에서 시의 전언이 비교적 또렷하고 의식의 흐름에 일관성을 보여 주고 있으며, 주변의 일상성이 아니라, 자아에 대한 성찰이 깊게 묘사되어 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새로운 이미지 구사 혹은 시적 형상화 과정에서 자신의 것을 찾는 치열한 노고가 더 요구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당선작 「스펀지 인형」은 우선 아버지 개인의 인생의 무거움과 인간 삶의 무게를 다 함께 스펀지 인형으로 형상화 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아버지의 피곤함과 슬픔이 나의 삶으로 퍼지고 나와 아버지의 교감이 물먹은 스펀지 인형처럼 흡수되어 “아버지 가라앉아요 내 몸이 가라앉아요”라는 말을 토하는 시적 화자의 의식이 청자에게 아련히 들어와 꽂힌다. 또한시의 말미가 흐릿한 이미지로 끝나 많은 상상력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응모작품의 전체적인 평을 덧붙이면 다음과 같다.


대학생다운 청초한 시적 이미지, 생기발랄한 표현 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주제를 풀어나가는 시어의 힘이 부족하고 외부세계와 내면 의식의 본질적 소통이 없이 단순한 감상의 나열이나 시적 과장 혹은 시가 아닌 것을 시처럼 보이게 하는 시적인 가면이 많이 보였다. 즉 자신의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의 시작품은 일종의 습작일 수 있겠으나, 그러한 습작이야말로 독자에게 다가서는 강렬한 시의 전언이 필요하며 이데올로기의 창조적 동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미지의 멋 부림이나 그것의 단순한 전시 혹은 이미지들 간의 아무런 관련 없는 나열 혹은 대립 관계가 난무하는 시가 아니라, 우리의 의식 깊은 곳으로 내려 꽂히는 강렬한 시적 감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시인 자신과 시인을 둘러싸고 있는 역사와 사회에 대한 통찰 속에서 솟아날 수 있는 시의 본질적 힘인 것이다. 응모자들은 주로 아버지, 할아버지, 어머니, 오빠 등 주변 인물들을 시적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가족과 그 일상의 감상이 시로 승화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내적인 힘이 부족하다고 본다. 앞으로 많은 독서와 체험을 통하여 이런 창조적 동력을 키우고, 내 주변에 대한 시선에서부터 저 우주를 바라보는 폭넓고 대범한 사유를 하기 바라는 마음이다. 끝으로 시의 전체적인 구조, 시행의 전환 및 여백, 구두점의 의미 등을 잘 파악하고 자신의 시적 의식의 흐름에 따라 적절히 구사하는 훈련을 쌓아가며 계속 정진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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