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펀지 인형                     

박한라(한남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매일 밤 물에 젖은 스펀지 인형이 찾아왔다
알콜에 젖어 물기가 금세 날아갈 듯 했으나
언제나 젖은 채로 찾아오는 스펀지 인형
비틀비틀 자신이 지닐 무게 이상을
지고 오는 아버지

물 먹은 입술로
미안하다
나에게 물 번지는 소리 한 수저 퍼 먹이는
한평생 순수하다는 말만 곧 줄 들어온
물 먹은 스펀지 인형

스펀지로 태어나는 것은 유전이라고
물은 번지는 유전이라고
전염병 같은 유전이라고

그 유전엔
취객이 저지른 토 파먹는 앙상한 비둘기 식욕
구둣발 피하며 아슬아슬 달리는 개미 속도전
시멘트 도로 틈새 자라난 마른 잡초 몸둥아리
그 모든 냄새가 물 젖은 채 들어있어
젖은 무게로 나에게 번질까
아버지 가라앉아요 내 몸이 가라앉아요
물 한줌 아버지 앞에 토해내면
서러운 속도로 물이 아버지에게 번져
물에 젖어 입만 어물어물하는데
다 안다 다 안다
서로 알아듣는 어물어물 입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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