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우(문학평론가, 숙명여대 인문학부 교수), 고명철(문학평론가, 광운대 교양학부 교수)


이번 제 37회 숙명대학문학상 소설 부문에는 모두 24편이 응모되었다. 작년에 비해 응모작품수가 줄었으며, 응모작의 수준 역시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인 것인지, 혹은 구조적인 것인지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리라. 전반적으로 문체나 문장력 면에서 아직 여물지 못한 작품들이 많았다. 아울러 한 편의 소설을 직조하는 구성력이나 형식미가 대체로 부족했다. 응모자 모두에게 한국현대소설사의 명작들과 세계소설사의 문제작에 대한 독서에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여하기를 조언한다.


「분실」과 「그녀에게 삶을 묻다」 두 편을 놓고 끝까지 당선작을 저울질했다. 각각 일장일단이 있는 소설들이다. 우선 「분실」에는 세련된 현대적인 감각이 있다. 그림자가 사라진다는 기발한 상상력을 소재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든 소설이다. 그러나 그림자가 사라진 과정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실감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아울러 그림자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내면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부족하며 결말이 급작스럽게 마무리된 것도 이 소설의 아쉬운 점이다. 기발한 상상력과 새로운 소재는 흥미진진하지만, 전형적인 신춘문예용 소설에 가까운 작품이었다.


이에 비해 「그녀에게 삶을 묻다」는 전통적인 작품에 가깝다. 육체적 상상력, 혹은 동물적 상상력으로 불릴 수 있는, 정육점을 중심으로 한 공간에 대한 서늘한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또한 이 시대의 대학생이 쓴 소설치고는, 삶의 둔중한 무게에 대한 감각이나 변두리 인생에 대한 곡진한 실감이 돋보이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문장과 묘사가 좀 더 섬세해지고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표현이나 언어 구사의 면에서도 보완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사소한 감각과 상투적인 현대성에 대한 묘사가 주종을 이루는 이 시대 문학의 현실에서, 「그녀에게 삶을 묻다」가 보여준 건강한 육체성과 거침없는 대화, 생생한 묘사의 힘은 이 시대 문학의 약점을 돌파할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된다.
숙명대학문학상에 응모했다는 사실 자체가 젊음의 열정일 것이다. 당선자를 비롯하여 모든 응모자들의 문학적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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