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편의점 덕후(편의점 오타쿠)다. 식사를 함께할 친구가 없는 한적한 점심시간, 나의 감각은 살아난다. 곧장 나는 편의점으로 가서 신상 삼각김밥을 맛보고, 그 편의점만의 고유상품을 살펴본다. 이런 것들을 모아 머릿속에 나름의 백과사전을 만들어보는 나는 편의점 덕후다.

종종 이런 나의 행동을 옳지 못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혹자는 돈을 들여서라도 몸을 챙기라고 한다. 혹자는 그런 행동들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이들을 위해 나는 손수 핑계까지 만들어놓는다. 광고와 홍보를 배우는 학도로서 트렌드를 파악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이에 적합한 장소가 바로 편의점이라고. 이 핑계는 꽤 그럴듯하게 보인다. S라인 열풍이 0칼로리 혹은 저칼로리 상품으로 드러나고, 웰빙 열풍이 유기농 재료를 쓴(‘썼다고 주장하는’) 식품으로 나타나는 등, 편의점에 진열된 상품에는 현대의 트렌드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위의 근거로 편의점 덕후의 행동이 납득이 안 되었다면 좀 더 강한 근거를 내세우겠다. 요새 편의점에는 필자처럼 혼자 점심을 먹는 사람들이 늘어난 듯 보인다. 누군가는 ‘요새 경제가 어려워서 그러겠지’ 아님 ‘아싸(아웃사이더의 약자)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대부분 테이블에 컵라면 내지는 삼각김밥과 함께 놓여있는 것들이 있다. 시험범위 프린트, 교과서, 과제, 노트북, 이력서 등 대화를 나눌 사람들의 자리를 차지한 여러 ‘일거리’들이 바로 그것이다. 기본적으로 많았던 과제에 취업난으로 인한 경쟁이 불붙고, 불안한 마음에 쉬지도 못하는 사람들은 편의점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이제 식사시간은 더 이상 음식의 맛을 즐기는 휴식시간이 아니다. 그저 일을 수행하기 위해 칼로리를 충전하고자 잠깐 들르는 곳일 뿐이다. 자기를 위해 하는 일이 오히려 자기 자신의 기본권마저 해치게 만들다니, 얼마나 슬픈 아이러니인가.

바라옵건대 그들이 경쟁 속에서 식사만이라도 제대로 즐길 수 있기를 바라며 기고문을 마친다. 학교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콤보로 점심을 때우며…….  김영아(언론정보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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