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결혼의 계절 가을이 다가왔다. 먼 훗날 나의 결혼 생활은 아름답고 신비스러울 것 같지만, 그것은 단지 이상일 뿐이며 결혼은 현실이다. 때문에 배우자의 학력, 외모, 집안배경, 종교, 생활방식 등 여러 가지 조건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추구하는 조건에 맞는 배우자를 원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결혼정보회사를 많이 찾고, 결국 이들에게 불황이란 없다. 계속되는 경기불황 속에서도 결혼정보회사가 문전성시를 이루는 사회적 현상과 그 단면을 들여다보자.

현재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에게 만남을 주선하고,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는 결혼정보회사는 약 500여 곳에 이른다. 물론 이들 대부분은 아직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한 ‘상담소’ 수준이다. 그러나 대표적인 결혼정보회사인 듀오와 선우, 에코러스, 피어리, 듀비스 등의 업체는 수천에서 수만 명의 가입돼 있는 회원들을 통해 중매 시장을 이끌고 있다. 국내 결혼정보회사는 약 300~400여개가 있으며, 이들의 시장 규모는 약 500억 원에서 700억 원에 이르는 수준이다.

똑똑한 결혼 재테크 vs 취업난의 도피처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향상 되면서 결혼을 늦추는 ‘골드미스’가 증가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결혼을 준비하려는 ‘조혼족’도 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철저한 자기관리로 혼(婚)테크에 성공해 ‘골드미시’가 되겠다는 일부 젊은 여성들의 결혼관이 반영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표적인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이현수 커플매니저는 “요즘 똑 부러지는 젊은 여성들은 결혼을 인생의 ‘종착역’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시작’으로 여기기도 한다”며 “남들보다 먼저 결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도 ‘혼(婚)테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같이 눈치 빠른 조혼족들 뿐만 아니라, 경기침체로 ‘취집(시집으로 취업해결)’을 하려는 대학생ㆍ대학원생 신분의 여성회원 또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취업 준비생 노경희(28, 울산)씨는 “취직을 하려고 아등바등 하는 것 보다는 하루빨리 조건에 맞는 남자를 만나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사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과 관련해 회사 관계자는 “다수 학생 회원들과 상담한 결과 외환위기 때처럼 경기 침체와 실속을 따지려는 신세대 결혼관이 맞물리고 있다”며 “결혼을 통해 미취업을 해결하려는 ‘취집’현상이 재현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만남에서 친목도모까지 모두 책임진다!
과거에도 소위 ‘마담뚜’라고 불리는 이들이 결혼정보회사의 역할을 대신했다. 그러나 이들은 학력과 집안 등의 조건에만 지나치게 치중했고, 가치관과 취미 등의 부분은 매칭 조건에서 배제시켰다. 이와 달리 결혼정보회사는 컴퓨터매칭시스템(DMS)을 이용해서 가치관과 취미, 인성, 생활습관 등의 항목들까지 매칭 조건에 포함시킨다. 이들은 학벌, 직업, 외모, 집안배경, 건강상태, 재산현황, 음주와 흡연의 유무, 종교, 생활방식, 혈액형, 부모의 학력, 형제의 학력 등 회원들이 원하는 140 여 가지의 조건들을 컴퓨터상에 입력하게 된다.

또한 결혼정보회사는 조건이 맞은 사람들 간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주선하기 위해 종종 단체모임을 주최하기도 한다. 이러한 모임들은 주로 와인모임이나, 골프, 호텔파티 등의 주기별로 열리는 모임이고, 대외적인 공간보다는 오픈 되지 않은 공간에서 서로 자유롭게 만날 수 있다. 그 때문에 회원들의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결혼정보회사는 단순히 만남을 주선하는 것에 그치기보다는 이러한 모임들을 통해 지속적인 만남을 유도하기도 한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에서 성혼율 1위를 차지한 이명희 매니저는 “모든 회원들은 완벽하게 만족시키기란 어려운 일”이라며 “그래도 그들이 원하는 배우자상에 가장 가까운 이성을 소개해줄 수 있기 때문에 컴퓨터매칭시스템에 비교적 많은 분들이 만족하고 있는 편이다”라며 체계적인 매칭 시스템은 곧 높은 성혼율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조건으로 이뤄진 만남 성공적인 결혼이 될까?
이처럼 결혼정보회사의 호황이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결혼정보회사에서 소개해주는 상대가 결국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갖춘 상대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회 현상에 대해 결혼과 가족 과목을 강의하는 김명나(생활과학 전공) 교수는 “요즘 사람들은 결혼정보회사의 데이터가 정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치관과 취미, 성격 등은 조건들을 따져본 후에 천천히 맞춰가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또한 결혼정보회사가 호황이라는 사실은 우리사회에 조건만을 따지는 풍토가 만연해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결혼정보회사가 호황을 누리는 현상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 또한 적지 않다. 김선미(영어영문 05) 학우는 “조건을 통한 만남은 결국 상대의 좋은 면만 보려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결국 인위적인 만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지나치게 조건에 치중하는 결혼정보회사 시스템을 비판했다.

어떤 사람들은 결혼정보회사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인간을 그 자체로 보지 않고 상품으로써 가치를 매긴다는 이유에서이다. 학력과 집안 등의 조건에만 치중했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의 결혼정보회사는 인위적인 만남보다는 자연스러운 만남을 유도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조건’이 행복으로 반드시 직결되지는 않는다.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를 결정하는 결혼인만큼 반드시 신중한 탐색과 선택이 동반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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