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학은 여성주의(feminism)를 기반으로 여성 개인과 집단의 사고 및 행동에 대한 분석을 과학적인 이론으로 체계화하는 학문이다. 이를 통해 여성해방의 이념과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학은 여성문제를 드러내고 대중적 인식을 확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여성학과 여성주의에서 기본적인 가치로 추구하는 성 평등이 대다수 국민이 갖춰야 할 교양이자 상식이 된 지금, 여성학의 현 주소에 대해 알아본다.

과거 모든 분야에 걸쳐 여성의 이야기는 역사적으로 거의 관심을 끌지 못했거나 아예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물론 지금까지의 모든 학문체계에서 여성에 대한 연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대부분 남성들의 시각에 의해 여성이 규정되고 해석돼 학문의 주류로 자리 잡아왔다는 것이다. 국내외 많은 대학에 여성학 프로그램이 생기면서 여성의 활동과 사상들을 연구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여성학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남성들의 성차별적 관행에 부딪힌 미국 여성들이 자신들은 흑인과 마찬가지로 억압받는 집단 중 하나라고 자각하면서 여성학에 주목했다. 미국의 여성학자들은 대학의 지역사회 사업인 성인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주부들이 소외되는 경험을 접했다. 이후 그들은 학문 내에서 무시됐던 여성에 초점을 맞추는 강좌를 개발했고, 이것을 ‘여성학’이라는 학문의 한 가지 갈래로 발전시켰다.


서구의 페미니즘에서 태동한 여성학이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은 1970년대이다. 미국의 여성학 발전에 영향을 받은 국내 여성학자들이 진보적인 여성교육을 모색하면서 1977년 이화여자대학교에 처음으로 여성학 강좌가 개설됐다. 이후 여성학은 하나의 학문으로 인정받으며 한국 교육사회에 뿌리를 뻗어나갔다. 1980년대 전국 30여 개 대학에 여성학 강좌가 개설된 데 이어 1990년대 들어서는 100여 곳으로 늘었다. 2000년대 들어 대학 협동과정을 포함한 대학원 과정도 신설되기에 이르렀다.


우리 학교의 여성학 프로그램은 1996년 일반대학원 석사과정에 여성학 협동과정을 신설하면서 출범했다.

 지난 2001년에는 여성학 연계과정(여성학 전공)이 학부에 새롭게 개설되면서 여성학에 관심 있는 학부생들은 필수과목과 기초과목을 통해서 페미니즘의 기본적인 관점을 학습했다. 그들은 여성학과 연결지어 특정 분야를 전문화시키는 방향을 모색해나갔다. 그러나 지난 2005년, 학부 내 여성학 연계전공 과정이 소리 없이 폐지됐다. 연계전공을 희망하는 학우가 적어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학사지원팀 김대석 차장은 “우리 학교에서는 전공을 원하는 학우가 평균 30명 이하일 때 2년간의 유보과정을 거쳐 연계전공 과정의 존폐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여성학의 경우 2001년 여성학 연계전공 과정이 개설된 이래로 지원 학우가 최대 14명에 그쳐 2005년 2학기에 폐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비단 우리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여성학을 찾는 학생 수가 점점 줄어들어 여성학 전공 과정이 운영상의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의 E대학도 매 학기 겨우 최소인원을 충족하는 정도로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추세는 우선 세대적 차이에 따른 성차별 경험의 유무에서 기인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우리 학교에서 ‘여성학’ 과목을 강의하는 홍미희 강사는 “70~80년대를 살아온 여성은 가정에서 차별을 받는 경우가 많아 여성학에서 다루는 의제들에 대해 자신의 문제로 몸소 느꼈고, 여성학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문제와 연결지어 해결하려는 경향을 띠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여성은 성 차별에 대해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여성학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부족하다.”고 전했다.


현재 여성학이 안고 있는 문제는 여성의 범주를 넘어섰을 때 더욱 심각하다. 남녀공학의 여성학 강의에 참석한 일부 남학생이 짓궂은 질문으로 교수를 당혹하게 했던 사례도 있다. 여성주의 진영에서 성 평등 의식 고취와 함께 내건 양성 간의 화합의 구호는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성대결 구도를 양산한 셈이다. 또한 여성이 자신을 소개할 때 ‘여대 출신, 여성학 전공’이라고 하면 매우 급진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다.’는 의견도 있다. 이는 여성학이 아직까지는 일부에게는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음을 반증한다. 여성학과 여성주의의 범주 바깥에 존재하는 여성들과 남성들을 과연 여성학에서는 중요한 청중으로 고려했는지 따져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여성학이 발전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일까? 홍 강사는 무엇보다도 여성 스스로의 자각을 여성학 발달의 최우선 과제로 뽑는다. 여성이 스스로 성 평등 의식을 고취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여성주의의 실천 운동은 자칫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성 평등 의식을 자각하는 것은 여성학이 많은 사람들의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첫걸음이다. 여성학이 이제 ‘그들만의 언어’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 모두의 언어로 다가갈 그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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