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지난 1163호에서 지역면 특집으로 국립중앙박물관 르포 기사를 썼다. 대학에 와서 몇 년 만에 다시 찾은 국립중앙박물관은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로 많이 바뀌어져 있었다. 웅장한 실내ㆍ외 건축물과 수준 높은 전시 보존, 다양한 테마들을 주제로 한 특별전까지 해외 어느 유명 박물관과 비교해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렇게 훌륭한 여건들에도 불구하고 드넓은 박물관 안은 참으로 한산했다. 취재를 간 날이 일요일이었음에도 박물관 안은 단체 견학을 온 어린이들과 외국인들뿐이었고, 간간히 박물관 한 쪽에서 수다를 떠는 연인들만 눈에 띄었다.

얼마 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 연 관람객 830만 명을 기록하며 최고 인기 박물관으로 선정됐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 830만 관람객에는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그곳을 방문하려는 해외 관광객들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루브르 박물관을 최고 인기 박물관으로 만든 것은 해외 관광객들이 아닌 프랑스 시민들이다. 그들은 그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지속적인 관심으로 꾸준히 박물관을 찾기 때문이다. 기자는 이번에 국립중앙박물관을 다녀오며 우리나라 시민들은 그들 같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다. 우리는 주말마다 영화표 값 8천원은 아낌없이 지출하면서도 입장권도 무료인 이곳으로 오는 발걸음은 천근만근으로 무거운 것이 현실이다.

박물관은 시민들을 위해 우리나라가 지나온 역사를 한 데 응집한 곳인 동시에 우리의 국력을 보여주는 창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지금도 프랑스와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로 약 200년의 끝나지 않은 논쟁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 해결의 끝은 불투명한 상태다. 이처럼 우리들의 문화재와 역사에 대한 관심 부족이 제2의 외규장각 사건을 낳지 않으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한 시민들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박물관은 국립이므로 그 시설 유지비는 모두 우리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그러므로 지금이 바로 우리 모두가 박물관을 자주 찾아 시민으로서 문화 향유의 권리를 제대로 누릴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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