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파노가 왔어요~ 참파노가 왔어요~”
작은 북을 둥둥 울리며 떠돌이 곡예사 참파노가 왔음을 알리는 젤소미나, 으스대며 그 뒤를 따르는 참파노. 이탈리아 영화감독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 <길(La Strada)>은 이들의 떠돌이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1954년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영화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우리 인생에서 느낄 수 있는 사랑, 미움, 질투, 고난, 역경 등을 잔잔하게 표현하고 있다. 흑백영화라서 조금은 낯선 영화 <길>을 소극장 무대에서 흥겨운 음악과 활기찬 춤 동작으로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그 해답은 뮤지컬 <젤소미나(Gelsomina)>에 있다.

뮤지컬 <젤소미나>는 영화 <길>을 각색한 작품으로서 전체적인 구성은 영화와 같다. 무식하고 난폭한 참파노와 어수룩하지만 맑은 영혼을 가진 젤소미나, 서커스 단원인 아또 등 주요 등장인물은 영화 <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참파노와 젤소미나가 유랑을 하다 아또가 있는 서커스단에 들어가고, 결국 아또와 젤소미나가 죽음에 이르는 기본적인 줄거리도 원작을 충실히 반영했다.

그러나 원작의 제목은 <길>, 이를 각색한 뮤지컬의 제목은 <젤소미나>인 것처럼 두 작품은 서로 다른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 <길>이 참파노와 젤소미나의 여정을 보여준다면 뮤지컬 <젤소미나>는 공간 이동의 제약이 있는 장르의 특성상 서커스 장에서 벌어지는 일에 초점을 맞춘다. 또한 영화 <길>에서는 성격이 모호했던 서커스 단원들이 뮤지컬 <젤소미나>에서는 점성술사, 마술사 등으로 인물의 성격이 구체화돼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볼거리를 제공한다.

흑백영화가 주는 잔잔하고 조용한 느낌과 뮤지컬이 주는 화려하고 신나는 분위기에 따라 같은 이야기 <길>과 <젤소미나>는 각기 다른 작품이 됐다. 비록 이 둘은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교훈과 감동은 변함이 없다. “아또, 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에요.” “젤소미나, 하찮은 돌멩이 하나도 다 쓸데가 있어.” 젤소미나와 아또가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때로는 영화로, 때로는 뮤지컬로 색다르게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영화 <길>과 뮤지컬 <젤소미나>를 추천한다.

■ 뮤지컬 <젤소미나> 유시어터에서 4월 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