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채소의 비율이 건강한 음식을 만든 일등공신… 웰빙바람을 타고 세계로

‘소리에도 맛이 있구나… 된장 뚝배기처럼 감칠맛 나게 귀에 착착 감기는 소리… 메주콩 삶는 솥에 푹 쪄낸 고구마처럼 뭉근한 맛, 달콤한 맛이 있구나.’ 이는 시인 ‘이섬’의 ‘향기나는 소리’의 구절이다. 말 속에서 우리 고유음식의 소리와 맛이 물씬 풍기는 듯하다.


위의 구절처럼 우리의 전통음식은 인스턴트 식품이나 반(半) 조리 식품에 길들여져 버린 우리들에게 푸근한 맛을 선사해줄 수 있는 고향과도 같다. 넘쳐나는 자극적인 음식 속에서 문득 그리워지곤 하는 우리의 전통음식. 이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한국전통음식은 단맛ㆍ신맛ㆍ짠맛ㆍ쓴맛ㆍ매운맛을 일컫는 ‘오미(五味)’가 균형을 이룬다고 해서 ‘오미음식’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오미음식’은 ‘음식과 약의 근본이 동일하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의 개념에 뿌리를 둔다. 인체에 이로운 작용을 해서 ‘먹어서 약이 되는 음식’으로 인식돼 생긴 말이다. 이에 따라 한국전통음식의 조리과정은 누군가를 낫게 하기 위한 ‘약을 짓는다’는 생각에서 출발돼 음식에 맛의 조화와 정성이 깃들었다고 평가된다.


우리나라 음식이 인체에 좋은 영향을 주는 비결은 바로 영양소가 풍부한 식재료 덕이다. 특히 식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두부나 된장 등의 재료인 ‘콩’, 구이ㆍ조림ㆍ찜ㆍ볶음 등 다양한 조리 방법으로 예전부터 인기 있는 식재료로 자리 잡은 ‘생선’이 대표적이다. 콩과 생선은 우수한 단백질원이다. 특히 콩은 ‘밭에서 나는 고기’라고 할 만큼 양질의 단백질, 지방질을 함유하고 있다. 콩에 포함된 지방은 혈중 콜레스테롤 축적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생선 또한 육류에 비해 불필요한 지방 함량이 적고 단백질, 필수아미노산 등 인체에 꼭 필요한 성분이 들어있다.


이 뿐 아니라 한국전통음식은 채소ㆍ버섯 등 식물성 재료가 풍부하고, 음식조리 시 기름ㆍ설탕 등 맛과 열량이 많은 식재료가 적게 들어가는 것도 인체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우리 학교 ‘한국음식연구원’의 진소연 기획팀장은 “한국전통음식은 곡류와 채소의 비율이 높아 섬유질, 비타민의 섭취율이 높고 김치와 같은 발효식품이 생리활성 성분을 지니고 있어 건강에 좋은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이로운 한국전통음식은 세계에서 어떤 위상을 지니고 있을까? 실제로 한국 음식은 ‘채식 위주의 건강식’이라는 점에서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가는 추세다. 특히 지난 4일 독일에서 열린 ‘한독 외교관계 수립 125돌 기념’ 연회에서 한국의 전통사찰음식이 저녁 식사로 제공됐다. 전통사찰음식에는 대표적으로 선식, 비빔밥 등이 있는데, 채식으로 구성된 한국전통음식이 유럽에서 불고 있는 웰빙 열풍에 힘입어 관심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진 팀장은 “평소 서양인들은 대부분 열량이 높은 빵과 고기를 섭취하는데, 그에 따라 식품의 과잉섭취와 영양편중, 영양과잉 등으로 인한 질병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자연스럽게 육류보다 적은 열량으로 많은 영양소를 포함한 채식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에 맞춰 한국전통음식이 세계화에 한발 더 다가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외국인들이 우리 음식을 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로 ‘CJ프레시웨이’는 작년 3월 한식당 ‘사랑채’를 홍콩 국제공항에 입점 시켰고, 작년 말 중국 칭다오 공항, 올해 초에는 베이징 국제공항에도 입점 시키는 데 성공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항, 특히 국제공항에는 식당 입점이 쉽지 않은 것으로 미뤄, 개운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지는 한식이 많은 외국인들로부터 인정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종영한 한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전통음식이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반짝 열풍’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자국의 음식을 가장 잘 세계화시킨 나라로 꼽는 태국의 경우 지속적으로 고유의 태국음식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태국음식점 인증제인 ‘타이 셀렉트’를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었고, 국가가 교육시킨 조리인력을 수시로 해외로 파견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한국음식을 세계에 알릴 인재를 육성하는 한편, 세계 곳곳의 국제공항을 공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에 우리음식에 대해 ‘반짝’ 관심이 아닌, 한국전통음식이 영구적인 빛을 낼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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