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에는 기업의 영리추구에 방해되는 국가의 행위에 대해 제소할 수 있는 조항인 ‘투자자-국가제소권’이 있다. 만약 FTA가 체결되면 기업은 이 조항을 행사해 당연지정제 폐지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정부가 추진하려는 의료민영화는 타율이 아닌 자율적 의료민영화이기에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의료 보험이 민영화 되면 개인은 민영 보험과 국민건강보험 중 선택할 수 있다. 이로써 고급 의료를 받고 싶은 사람은 민영 보험으로 이동하게 되고,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은 취약해진다. 이때 발생하는 부작용은 미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다. 영화 <식코>(Sicko, 2007)에는 의료 보험에 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그 회사의 보험을 인정하지 않아 비싼 치료비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나온다. 지난 2005년, 한ㆍ미 FTA 협상이 시작된 이후로 ‘맹장수술 천만원 괴담’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다소 과장된 면이 있긴 하지만, 과연 단순한 괴담일 뿐일까. 주객이 전도된 의료 행위에서 볼 수 있듯, 실패한 선례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답습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한편 국민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판단될 때, 다시 되돌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FTA에는 ‘개방된 것은 되돌릴 수 없다’는 역진방지조항이 있어 되돌릴 수 없다. 다른 대책을 세워도 투자자-정부제소권 조항이 있어 민영 보험회사의 이익을 침해할 수 없게 된다. 단 한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국가가 더 이상 의료 보험을 통제할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의료 민영화가 내세우는 ‘양질의 의료 서비스’는 거액의 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환자들에게나 해당된다. 그리고 재정이 줄어든 국민건강보험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서민들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FTA의 강력한 조항들이 의료 민영화를 든든히 뒷받침해주는 상황에서, 영화 <식코>의 상황은 남의 일이 아니다.
전해경(언론정보 07)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