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 잠시


평촌고 김 시 은


5시간을 달려 강진에 도착했다

터미널 바로 앞에

붉은 전광판을 들고 서 있는 모란모텔

어둑한 작은 골목을 걸어

쓰러질 듯 기대선 호텔로 들어간다

구겨진 종이조각처럼

울퉁불퉁하게 엉켜있는 2인실의 방

삐걱거리는 창문을 열자

낯선 강진의 바람이 머리를 스친다

깜빡 깜빡

붉은 빛 전구들이

은은하게 방 안을 메꿔준다

붉게 번진 바람

바람 속에서 가방 깊숙이 숨겨 둔

시집 한 권을 꺼내 읽는다

활자들을 눈 속에 담으며

오래 된 라디오의 주파수를

달빛 쪽으로 맞춘다

지지직

노란 전선이 움직이자

툭,방 안의 불이 꺼진다


불이 꺼진 모란모텔 201호

침대 옆에는 시집 한 권

덩그러니 놓여 있고

주파수를 잡지 못한 라디오는

스피커 안으로 잡소리를 웅얼거린다

잠들기 전 잠시

모텔의 모습을 오려

시집 중간 쯤에 끼워둔다

책갈피 위로 떨어지는

읽다 만 시들이 쏟아지는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조금씩,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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