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중경고 박 민 정


아침과 밤이 번갈아 산맥을 휘젓고

진달래가 동백으로 화할 적에도

너는 그 자리에 변함없이 서 있었지.


외롭다 마라.


철새들이 오며가며 네 자리를 공허히 여겨도

하늘에 별이 떠 있으니

그저 벗삼아 이슬로 빚어낸 잔을 기울이면 그만이다.


갈매기들이 은하수 한 동이 담아오다

네 무릎에 제처럼 흰 소식을 떨구었을 때

그 때 두근거리는 마음을 쥐고서

꺼내 보면 되는 것이다.


아마 네 까마득한 후손의 핏줄기가 너의 짠내 짙은 젖을

그리워 하는 걸지도 모르겠구나.


달빛을 길잡이 삼아

풀벌레 노래는 나룻배 삼아

은빛 밤물결 타고와

한 모금 입술을 축이고서 유유히 떠나니.


씁쓸하다 마라.


언젠가 너를 다시 찾을 후손의 후손을 위해

네가 지닌 흰 장미 가시로

해바라기 줄기를 깎아내면 된다.


백사장을 제 집 마당삼아

뛰노는 아이에게

소라가 연주하는 새하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게 두면 그만이다.


너는 너 있던 자리 그대로 서서


햇빛을 손끝에 달고 너울너울

손짓하는 아이를 보며 웃을 것 아닌가.

비록 아이가 너를 항상 채우진 못할지라도


노엽다 마라.


고독에 몸서리 치는 날

가만히 마음을 가다듬고

하늘을 보며 쓴 마음을 달랠 때도 있으니.


다만 그러다

헤엄치는 구른을 낚으려

긴 낚싯대를 드리우는 아이를 보거들랑


제 몸이 찔려 조금 괴롭더라도

조용한 음원을

소라껍데기 속에 넣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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