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절정이 한풀 꺾이고 계절의 여왕 5월이 왔다. 새로운 한 달의 시작과 함께 각 대학 캠퍼스는 축제준비로 분주하다. 5월 중순부터 ‘대학생활의 꽃’이라 불리는 우리들의 축제, 대동제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대동제(大同際)’는 ‘크게 하나로 모이는 축제’라는 의미로 일 년에 한 번씩 학교 재학생들이 모두 모여 단합하는 자리이다. ‘대동제’라는 말은 80년대 군부독재에 맞서 학생운동을 하던 대학생들 사이에서 처음 유래했다. 당시 대학 축제에는 ‘대동제’란 이름 아래 탈춤 마당극, 노래극, 풍물 등 ‘하나 됨’을 지향하는 많은 행사가 있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대동제’는 어떤 모습일까?



대동제의 VIP 고객은 ‘연예인’?


요즘 대학 축제에 빠지지 않는 ‘MUST HAVE’ 아이템은 바로 연예인 초청 공연이다.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개최된 성균관대 축제에는 원더걸스와 소녀시대를 비롯해 크라잉넛, 이적, 다이나믹듀오, 윤하 등이 초청됐다. 성균관대 총학생회는 연예인 섭외비로 3,500여만 원을 소비해 총학생회비 예산을 초과했다. 19일 축제를 시작하는 고려대 총학생회도 전체 축제비용 5,000여만 원 가운데 3,000여만 원을 연예인 출연료로 쓸 계획이다. 21일부터 축제를 시작하는 단국대는 원더걸스와 MC몽, 이승기 등을 축제에 초청하기로 했으며 전체 축제비용 7,000여만 원 중 4,000여만 원을 초청비용으로 쓸 계획이다. (조선일보 2007.05.07)


연예인 공연뿐 아니라 상품 홍보를 하며 각종 이벤트를 여는 외부업체의 스폰 행사들도 대학 축제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볼거리는 많아졌지만, 대학 축제가 상업성을 띤다는 지적이 있다. 성균관대 이은지(국어국문 07) 씨는 “각종 외부업체 스폰 행사 부스들이 너무 많았다. 대학 축제가 상업적으로 흐르는 것만 같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씨는 연예인 초청 공연에 대해 “연예인을 보는 것이 즐겁기는 했지만 축제 비용을 연예인 초청하는 데에만 너무 많이 쓴 것 같다.”고 말했다.


각 학과와 동아리에서 개최하는 ‘주점’도 요즘 대학 축제의 대표적인 행사이다. 지난 13일부터 개최된 명지대 서울캠퍼스 축제에는 총 30개의 주점이 열렸다. 명지대 서울캠퍼스에 있는 21개의 학과가 모두 주점 행사에 참여했고, 나머지 9개는 동아리가 주최한 주점이다. 지난 14일에서 16일까지 열렸던 우리 학교 축제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우리 학교 축제에는 총 62개의 주점이 열렸고, 그중 33개가 학과 주점이다. 축제에서 주점을 열었던 문화관광학과 학생회 김지은(문화관광 06) 학우는 “학생회 사람들 의견을 수렴했을 때 주점을 하자는 의견이 가장 많이 나왔다.”며 “주점을 통해서 축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예인 초청 공연과 주점문화가 주를 이루는 이러한 요즘 대학 축제의 모습은 시대의 흐름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우리 학교 김세준(문화관광학 전공) 교수는 “지금의 대학생들은 미디어에 많은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 세대다. 보여지는 프로그램들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참여하는 방식이 능동이 아닌 수동적인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요즘 대학 축제가 감상자 입장의 서비스 프로그램으로 변모된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 대학생들의 정치의식 부재도 대학 축제의 모습이 일회성 놀이문화로 변모한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 학교 권성우(국어국문학 전공) 교수는 “이 시대 대학축제의 모습에서는 소비자본주의에 포섭된 ‘지성의 퇴행’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며 “최근 대학축제가 일회적 유희에 비중을 두는 것은 사회적 대응력을 상실한 이 시대 대학의 풍경과 그대로 겹쳐진다.”고 말했다.


나눔과 봉사로 우리 함께 ‘대동’!


반면 연예인 없는 ‘건전한 축제 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대학 축제도 있다. 21일부터 시작되는 이화여대 축제에는 연예인 초청 행사가 없고, 수천 명의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영산 줄다리기’와 ‘한 솥 비빔밥 나눠 먹기’ 행사가 마련된다. ‘영산 줄다리기’는 전체 학생들이 직접 줄을 꼬아 하나로 엮고 나서 폐막식 때 줄다리기를 하며 친목과 화합을 도모하고자 마련된 행사이다. 이화여대 총학생회의 한 관계자는 “연예인 초청 공연이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준비한 공연과 행사가 축제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했다.”며 “학생들이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축제에 참여해 전체 학생들이 진정으로 ‘대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축제의 의의이다.”라고 말했다. 20일부터 시작되는 서울시립대 축제는 주점과 작은 이벤트들로 이뤄진 기존 축제의 틀을 벗었다. 과별로 참여하는 그래피티 페스티벌,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마라톤 대회 등을 통해 단합된 서울시립대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행사들이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 열렸던 우리 학교 축제도 ‘연예인 없는 축제’로 개최됐다. 연예인 초청 행사 대신 ‘전체 학우가 함께 만드는 바람개비’ ‘이동 동물원’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돼 학우들의 흥미를 끌었다.


이밖에 나눔과 봉사의 정신이 곁들여진 축제 행사들도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연세대를 비롯한 5개 대학동아리는 대한사회복지회와 함께 입양아기 분유비 마련을 위한 ‘쇼나누기와 함께하는 행복나누기 축제’를 펼쳐 많은 호응을 얻었다. 또한 한일장신대는 지난 8일까지 열린 대학 축제의 먹을거리 장터에서 마련한 수익금 전액을 태안반도 생태계 복원을 위한 후원금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회봉사활동이 함께하는 축제 행사에 대해 김세준 교수는 “보여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나눔을 통한 사회 교류를 목표로 하는 행사라면 현 대학 축제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예인 공연과 주점문화가 주를 이루는 대학 축제가 이제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할 때라는 의견이 많다. 권성우 교수는 “천편일률적인 축제문화를 현실 사회와의 역동적인 대화 속에서 변모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준 교수 또한 “대학사회는 사회 속 여러 공동체 중 하나이다.”며 “대학사회 내부적 단결과 함께 사회와의 적극적인 교류도 하면서 사회 안에서 변화하는 대학생과 대학교의 모습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우리들의 축제가 좀 더 의미 있고 생산적인 축제로 발전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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