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과 인왕산의 녹음으로 둘러싸인 부암동은 낡은 기와집과 현대적인 갤러리가 공존하는 이색적인 동네이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동네라기엔 도시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이곳은 <커피프린스 1호점> <내 이름은 김삼순> 등 각종 드라마들의 촬영지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도심 속 시골’ 부암동의 낭만과 여유를 찾아 푸르른 자연을 배경으로 굽이굽이 이어진 부암동 골목을 거닐어봤다.

                

 

 

 

 

 

 

                                                                                          

 

사진④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가려면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로 나와 0212, 1020, 7022번 버스를 타고 부암동사무소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동사무소를 바라본 상태에서 왼쪽 언덕길을 오르면 붉은 벽돌의 카페 ‘CLUB ESPRESSO'가 보인다. 카페 왼쪽의 굽이진 골목으로 들어가면 본격적인 ‘부암동 나들이’가 시작된다.


가장 먼저 빨간 벽돌 위에 흰 페인트로 상호가 쓰여있는 ‘동양방앗간’이 눈에 띈다. 이곳은 40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며 한결같은 모습으로 부암동을 지켜 온 떡집으로, 주인 할머니가 직접 손으로 빚은 떡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부암동의 명소 동양방앗간은 점차 유명세를 타면서 오후 3, 4시만 돼도 대부분의 떡이 모두 팔리니, 할머니의 떡을 맛보고 싶으면 일찍 찾아가는 것이 좋다. 방앗간 옆으로 시선을 돌리면 오른쪽으로는 ‘환기미술관’, 왼쪽으로는 ‘북악산산책로’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서 있다.


기자는 먼저 추상미술가 김환기를 기념하고자 그의 아내가 설립한 ‘환기미술관’을 찾았다. 이곳은 부암동 주민들의 생활터전 한 가운데서 부암동 문화ㆍ예술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고 있는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김환기 기념전을 비롯해 예술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기자가 미술관을 방문한 날에는 6월 15일(일)까지 열리는 ‘문미애 작고 4주년-문미애를 추억하다’전이 열리고 있었다. 물감들이 캔버스 위에 아무렇게나 흩뿌려진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그 속에서 색깔의 미묘한 어울림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전시회다. 전시회를 감상한 뒤 미술관 주변을 둘러보니,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과 미술관 뜰 위에 한 가득 펴있는 꽃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사진①) 특히 본관 옆의 계단으로 올라가면 인왕산을 배경으로 옛 기와집과 현대식 주택이 어우러진 독특한 부암동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미술관 구경을 마치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 동양방앗간의 오른쪽 길 ‘북악산산책로’로 발걸음을 옮겼다. 골목길 오른쪽으로는 돌담벽이, 왼쪽으로는 우리나라 전통의 기와집, 서양식으로 지은 벽돌집 등 개성 넘치는 집들이 이어져있다. 높다란 골목길을 올라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물 한 모금이 간절해질 무렵, 마치 동화 속에서 나온 듯한 카페와 노란 폭스바겐 자동차가 눈에 띈다. 그곳은 바로 <커피프린스 1호점>의 최한성 집으로 유명한 카페 ‘산모퉁이’다.(사진②) 노란 자동차와 귀여운 석상들이 놓여있는 자그만 뜰을 지나 카페로 들어서니, <커피프린스 1호점> 촬영 당시의 모습이 남아있는 지하갤러리와 각종 악기와 장난감 등으로 꾸며진 카페 곳곳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북악산 풍경을 바라보며 2층의 야외테라스에서 마시는 음료수 한잔은 골목길을 오르는 동안 느꼈던 갈증을 해소해줬다.


카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서울의 비밀정원 ‘백사실 계곡’으로 향했다. ‘산모퉁이’를 지나 계속되는 골목길 끝에 두 갈래의 길이 나오는데 백사실 계곡은 주택가가 있는 왼쪽 내리막길로 가야했다. 각각 개성을 뽐내는 주택가의 끝자락에는 ‘여기가 정말 서울 한복판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울창한 숲이 펼쳐져 있었다. 숲길을 따라 10여 분간 걸어가면 부암동의 명소 백사실 계곡이 보인다. 이곳은 청계천의 물줄기가 시작되는 곳으로, 1급수에서만 산다는 도룡뇽이 서식하고 있는 청정 계곡이기도 하다.(사진③) 또한 이 계곡 옆에는 무릎 높이의 주춧돌들이 옛 건물 터의 모습 그대로 세워져있다. 조선시대의 문인 백사(白沙) 이항복의 별장 터라는 설이 있지만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다만 고즈넉이 남아있는 주춧돌들은 이곳이 옛 조상들의 휴식처였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들이를 마치고 골목을 내려오는 길에 서울 4개의 소문(小門)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창의문 망루’를 들려보는 것이 좋다. 부암동 골목의 시작을 알렸던 ‘CLUB ESPRESSO’의 뒤쪽 터널로 들어가면 바로 창의문(사진④)과 서울성곽이 보인다. 훼손되지 않은 성문과 성곽의 고고한 모습은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부암동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또한 이곳은 올 봄에 개방한 북악산 서울성곽을 오르는 입구이기도 하다. 부암동 일대는 군사보호구역이기 때문에 서울성곽을 오르고 싶다면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해 출입증을 발급 받아야한다.

예술, 자연, 역사 그리고 사람들의 생활까지 4가지 색깔이 어우러진 부암동. 언뜻 보면 평범해보이는 부암동 골목을 누비다 보면 4가지 색깔의 보물을 찾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된다. 빠듯한 일상과 도시의 복잡함에 몸도 마음도 지쳐있다면 자연의 멋과 삶의 여유가 넘치는 부암동을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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