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중 발발한 세계 2차대전에서 브레송은 독일군의 포로가 됐다. 포로수용소에서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던 그는 세 번의 시도 끝에 그곳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이후 전쟁이 끝나고, 사회가 안정되면서 브레송의 사진작가 인생도 다시 시작됐다. 그는 당대 유명 사진작가들과 함께 사진작가들의 연합통신사 ‘매그넘포토’를 설립해, 사진가들의 자율권과 경제권을 보호하고자 했다. 브레송 자신도 이를 기반으로 인도, 중국 등 동양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이후 『결정적 순간』 『모스크바 사람들』 등 작품집을 출간했다. 이런 많은 활동을 이어가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2004년 8월 3일, 96번째 생일을 며칠 앞두고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눈을 감았다.
‘결정적 순간’ 속에 담긴 일상, 사회, 개인
그의 손 안에 쏙 들어가는 ‘라이카’로 그가 포착한 결정적 순간에는 평범한 일상, 당시 사회의 모습, 개인의 모습 등이 담겨 있다. ‘결정적 순간’의 미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인 ‘생 라자르 역 뒤에서’(사진①)와 실존주의 작가 겸 철학자인 장 폴 사르트르가 문학비평가 장 폴한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의 사진은 평범한 일상을 보여준다. 또한 중국 공산당이 집권하기 직전 청나라 내시의 모습(사진②), 혁명가 체 게바라가 포도주 잔을 앞에 놓고 맑게 웃는 모습, 혁명 활동을 하고 있는 파리의 학생과 노동자, 나치 협력자를 고발하는 프랑스 여인을 찍은 사진은 개인의 모습과 그 개인이 속한 사회의 모습도 보여준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사진작가 외에 초현실주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 장 르누아르 감독을 도와 영화를 찍은 조감독으로도 유명하다.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원했던 만큼, 예술도 자유롭게 즐겼던 그의 모습에서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그가 추구한 자유 속에는 세상 본연의 모습을 보고자 한 그의 목표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