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행사가 개최된 지난 27일, 서울 올림픽 공원 앞 광장에서는 오색홍기의 붉은 물결아래 폭력이 난무하는 믿기 어려운 상황이 일어났다. 성화봉송을 환영하는 만여 명의 중국인과 중국의 티벳 억압 정책에 항의하는 백여 명의 한국 시위대간의 무력충돌이 벌어진 것이다. 한국 시위대의 봉송저지 구호에 이성을 잃은 일부 중국인들은 시위대를 향해 사정없이 죽봉을 휘두르고 플라스틱 물병, 각목, 보도블럭 등을 던지며 폭력을 행사했다. 이 과정에서 일간지 기자 등 부상자가 속출했고, 주변을 오가던 시민들은 갑작스런 난동에 불안과 공포를 느껴야 했다. 일부 중국인들의 이러한 행각에 대해 한국 네티즌들은 한국의 법질서를 무시하고 평화로 상징되는 올림픽 정신을 망각한 행동이라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폭력 사태를 일으킨 중국인들은 세계평화의 상징인 올림픽이 자국에서 개최되는 영광을 기리기 위해 현장을 찾은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은 티벳 민족의 인권을 유린하는 중국의 올림픽 개최 자격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를 다수의 폭력으로 억누르려 했다. 그들에게는 세계평화보다 자국의 경제적 이익이, 중국 소수 민족의 인권보다 자국의 축제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비록 그들의 행동이 자신들의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할지라도 다른 나라 사람들의 눈에는 빗나간 애국심으로 보일 뿐이었다.


진정으로 자신의 나라를 사랑한다면 자국에 대한 비판도 겸허히 수용하고 고쳐나가려는 자세도 필요하다. 이러한 자세가 결여된 애국심은 다른 나라와의 원만한 교류를 이끌어내기 어렵고, 그것은 자칫 국제평화를 위협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경기의 이상은 국가 간 교류를 통한 국제평화 증진에 있다. 빗나간 애국심의 발로로 빚어진 이번 폭력 사태는 2008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형성되고 있던 따뜻한 국제평화 기류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8월에 있을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라도 이번 사태의 주역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애국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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