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서 밝힌 ‘글쓰기 윤리지침’의 핵심은 리포트 표절에 대한 대책이다. 이는 앞으로 리포트를 표절하면 제정된 지침에 따라 징계를 시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서울대는 리포트를 표절하는 현상을 근절하기 위해 학생에 대해 징계를 강화할 것을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시기상조인 것으로 보인다.


첫째, 동일한 주제를 줬을 때 학생들의 지적 수준이 거의 비슷함을 고려한다면 결과물 역시 비슷한 내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1학년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또한 표절의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대학에 입학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같은 주제를 주고 평가자가 바라는 모범 답안을 써오도록 지시한다면 학생들의 글 내용이 비슷해지고 찾는 인용문도 다 같게 될 것이 뻔하다. 하나의 정석적이고 숙련된 모범답안이 아니라 미숙하더라도 여러가지 새로운 시도가 존중되는 교육 풍토가 시급하다.


두 번째, 이 지침을 제정하는 것은 학생들의 윤리성을 의심할 정도의 타당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최근 일부 서울대 교수들의 논문 표절이 논란이 된 일이 많았다. 이때 교수들은 대부분 학생들의 논문을 표절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수들의 윤리 의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학생들에게 윤리지침을 만들어주고 그것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것은 ‘나는 바담풍해도 너는 바람풍해라’를 요구하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현실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윤리지침이 아니라 근본적인 교육 풍토 자체의 수정이다. 독창성과 새로움에 열광하는 요즘 경향과 전혀 맞지 않는 방향으로만 파고드는 현 교육 세태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대 교수들은 표절을 밝혀내 징계를 주기위한 기준을 찾느라 골몰하는 것보다는 학생들이 독창적인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도록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주는 것에 더 신경 쓰는 것이 좋다.

 

조진향(영어영문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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