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5일 역사박물관에서 실시된 인문강좌에서는 ‘사회의 도덕적 기초 : 자유의 윤리적 토대로서의 개인주의’를 주제로 종합토론이 열렸다. 이 토론에는 4주간 연사로 강연한 계명대 이진우 총장 외에도 윤평중(한신대 철학 전공) 교수, 김석수(경북대 철학 전공) 교수, 진태원(고려대 철학 전공) 교수가 함께했다. 먼저, 이 총장을 제외한 세 교수가 강연의 논평과 의문점을 제시했고, 이 총장이 이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 총장은 “세 교수가 논평에서 제시한 사항들은 몇 가지 문제 군으로 모아진다며, 이에 대해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그 첫 번째는 프라이버시 철학 방법론적 문제이다. 예를 들어, 개인이 자유의지로 자연을 황폐화시키면, 황폐화된 자연이 삶의 조건을 파괴해 다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는데, 이러한 논의는 부정의 변증법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이를 긍정의 변증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즉, 프라이버시는 관계에 따른 것이므로 반드시 이중적일 수밖에 없기에 부정적 측면뿐 아니라 긍정적 측면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사항의 분류는 ‘프라이버시의 실천적 문제’로 모아진다. 김석수 교수는 ‘우리 사회에는 프라이버시가 더 필요한가, 투명성이 더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이 총장은 프라이버시의 은폐성과 사회의 투명성은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받치는 두 개의 기둥과 같아서 이를 이원론적으로 파악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즉, 우리 모두의 공동관심사에 대한 결정이 투명해진다면, 사적 영역을 보호할 제도적 가능성은 오히려 늘어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프라이버시 능력을 어떻게 형성할 수 있는가?’라는 진태원 교수의 질문에 “이에 답하려면 자신의 선을 추구하는 능력에 관한 자유주의적 입장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칸트에 입각해 프라이버시 능력의 형성을 “자신의 인격으로 말할 것, 이성을 공적으로 사용할 것, 복종을 요구하는 권력에 대해 저항할 것”으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의 종반에는, 강연에 참가한 청중이 질문을 하고, 이 총장이 이에 대해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청중의 질문과 이 총장의 답변을 정리한 것이다.


Q. 유럽(프랑스 사르코지)의 프라이버시와 미국(클런턴)의 프라이버시가 대중과 관련해 다른 배경은 무엇인가?
A. 프랑스 사회는 개인의 사생활이 정치적 능력과 관계가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반면, 미국의 경우, 청교도 정신이 사회 속에 깊이 박혀있고, 공동체적인 것을 강조하기 때문에 사적인 문제가 정치지도자들에게 치명적 타격이 되기도 한다. 개인과 관련된 것이 공개되는 것은 국가와 관계없이 모두 프라이버시 침해이지만, 사안에 대한 판단은 문화적으로 다를 수 있다.


Q. 한국사회에는 ‘정(情)’의 이념을 중시해 타인의 사생활에 대한 관심이 많다. 이것이 프라이버시와 어떤 관계를 가질 수 있는가?
A. ‘정(情)’은 프라이버시를 공유할 수 있을 정도의 유대관계를 구성한다. 그러나 이때, 개인과 개인 사이의 인격적 거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개인은 종종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남이라고 여기지 않을 만큼의 ‘정서적 가까움’과 남을 남으로서 배려할 줄 아는 ‘인격적 거리’가 동시에 존재해야 바람직한 정의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면서도 정이 있는 인간관계를 형성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개인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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