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신문 휴간을 핑계 삼아 친구 셋과 오붓하게 춘천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먹고 놀기만 하는 대학생이 쌓인 스트레스가 얼마나 된다고, ‘후회 없이 놀다오자.’는 마음으로 한껏 설렜다. 엠티철을 맞아 바글거리는 각 학교의 엠티군단들 사이에서 울며겨자먹기로 입석표를 끊을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신입생의 특권인 첫 엠티를 앞두고 들뜬 기차 안 그들의 표정을 떠올리니 문득, 춘천 택시 안에서 기사 아저씨가 했던 말씀이 함께 생각난다. “강촌이다 대성리다 가서 볼게 뭐가 있어. 하룻밤 술만 퍼먹다 오는 거지. 학생들처럼 젊었을 때 이곳저곳 여행 다니는 게 얼마나 좋아.” 물론, 정말로 강촌이나 대성리에 볼거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춘천 토박이 아저씨가 우리에게 건네는 춘천 방문 환영 인사에 불과했을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아저씨의 한마디는 어느덧 3학년이 된 나의 지난 엠티를 되돌아보게 했다.


지난 엠티를 생각하니 ‘설렘’과 ‘자연’이라는 단어보다는 ‘방구석’과 ‘술병’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청량리에서 들뜬 마음으로 기차를 타고 도착해서는 방 한구석에 수십 명이 모여앉아 고기를 구워먹고 자연스레 ‘사발식’으로 이어지는 것이 누구나 경험한 엠티의 정석일 것이다. 그러나 3월이면 으레 신문 한쪽을 장식하는 기사는 ‘엠티의 정석’이 정말 정석(定石)이 맞는지 되묻게 한다. ‘지옥’이라는 한국의 입시경쟁을 겨우 넘어선 신입생들이 과도한 음주로 인해 목숨까지 잃는 사건을 보면 안쓰럽고 안타깝다. 물론, 낮선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들어주고, 긴장을 살짝 풀어주는 매개체로 술만 한 것이 없다. 그러나 그 정도가 지나치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음주엠티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굳이 공기 맑은 곳에서 술의 자리를 빌려 얻는 선후배 관계만이 더 끈끈하고 돈독한 관계는 아닐 텐데 말이다.


엠티에 대한 지금까지의 고정관념을 깨뜨려보자. 몇 십 명이 우르르 몰려가지 않아도, 현지 토박이들의 고향에 대한 넘치는 자부심도 느끼고, 비가 온다면 가볍게 동동주도 한잔 하고, 자연 속을 함께 거닐어 본다면 더 기억에 남는 엠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사회에서는 갈수록 ‘유연함’과 ‘소통’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는데, 활짝 열려있을 것 같은 대학사회는 오히려 ‘이래왔으니까’라는 꽉 막힌 관념을 벗어나지 못하는 듯하다.
여행 둘째 날, 허름한 여관에서 하룻밤을 묵고 일어나자마자 TV를 켰다. 뉴스에서는 전날 밤 엠티에서 무리하게 술을 마시고 싸늘한 시체로 변해버린 신입생의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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