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마다 한 명, 매일 6,000명, 매년 200~300만 명’
이것은 지난 2005년 유엔아동기금(UNISEF) 보고서에 나타난 여성 할례(FGM, 여성성기절제술) 희생자의 통계수치다.


지난 2월 6일 국제연합(UN)이 정한 ‘여성 할례 금지의 날’을 맞아 국내외 많은 언론들은 여성 할례를 철폐해야 한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특히 1월 20일에는 문화방송의 시사프로그램「W」에서 아프리카 여성 할례 실태가 집중 보도돼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가져다줬다. 오래전부터 전통이라는 이유로 전해 내려온 여성 할례. 지금부터 자칫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여성 할례 문제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할례는 사전적 의미로 ‘아이의 성기 끝 포피나 음핵ㆍ소음순을 조금 베어내는 풍습’을 뜻한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남성의 포경수술과 유사하다. 그러나 여성 할례는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남성의 포경수술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남성의 할례는 성감대인 음경을 제거해내는 것이 아니라 표피로 인한 감염 예방 차원의 시술을 말한다. 반면 여성의 할례는 여성 생식기의 성감대인 음핵(클리토리스)을 잘라내는 시술이다. 그렇다면 왜 여성은 성기가 잘려나가는 아픔을 감수해온 것일까?


여성 할례는 약 4000년 전부터 아프리카와 중동 등에서 ‘여성들의 성적 욕구를 억눌러 처녀성을 지키고 결혼생활을 안정시킨다’는 명목으로 4~12세 소녀들에게 행해진 전통 의식이다. 여성 할례는 자신이 속한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이런 전통이 유지되는 사회에서는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으로 받아들여졌다. 반면 여성이 할례를 하지 않을 경우 그 사람은 그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해 결혼할 수 있는 자격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이같이 여성 할례는 여성이 그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전해져왔다.


여성 할례는 ‘여성 성기는 부정적이다’는 맹목적인 믿음으로부터 시작됐다. 여성 성감대인 음핵은 더러운 것이며, 성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제거해야 한다는 이유다. 그러나 이는 전근대적 사고에서 비롯된 맹목적인 전통의 답습일 뿐 그 이상의 당위성을 설명하기에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할례를 받지 못하면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없으므로 그 지역의 여성 할례는 당연한 것으로 인식됐다. 여성은 오랜 전통이 만든 억압적인 구조 아래 아무런 부당함도 느끼지 못한 채 묵묵히 아픔을 견뎌내야만 했다.


여성 할례는 인권 유린의 차원을 넘어 건강상의 이상을 야기하기도 한다. 유엔여성개발기금(UNIFEM)은 지난해 아랍 여성의 인권보고서를 통해 할례는 시골 마을 등에서 광범위하게 자행된다고 밝혔다. 덧붙여 전문의가 아닌 산파가 면도날이나 가위 등 날카로운 도구를 사용해 비위생적인 여건에서 무면허로 시술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신체의 일부를 도려내는 정도에 따라 그 후유증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육체와 정신건강 모두에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육체적인 피해로 출혈, 감염(특히 파상풍) 등의 후유증과 함께 만성의 경우에는 우울증이나 정신이상 등 정신적인 피해가 뒤따른다고 한다. 또한 부작용이 심하거나 절단 부위가 심하게 손상됐을 경우 사망에 이른다고 유엔여성개발기금은 전했다.


유엔아동기금(UNISEF)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할례를 받은 여성은 약 1억 3천만 명에 달한다. 또한 할례로 인한 출혈과 감염으로 사망하는 인구는 하루 6,000명에 육박한다고 추산됐다. 그러나 여성 할례가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년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이로 인해 숨지는지 추산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다.


민족 내의 전통으로 지켜지며 철저히 감춰져있던 여성 할례의 실태가 외부에 알려지게 된 것은 1994년이다. 이집트의 빈민구역 이발소에서 10세 여아의 할례 시술 모습이 CNN을 통해 전 세계인에게 방송되면서 여성 할례는 여성 탄압과 인권 탄압의 상징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여성 할례를 반대하는 비정구기구(NGO)와 인권단체 등은 여성 할례의 ‘야만적인 행위’를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반대여론이 세계적으로 퍼져나가자 일부 할례 전통을 이어온 사회에서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최근 이집트를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는 여성 할례의 습속을 없애기 위해 할례 금지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관습이 뿌리깊게 박힌 사회에서 그 곳 여성들에게 여성 할례는 여전히 거역할 수 없는 율법으로 남아있다. 이에 대해 인권 단체 인권운동사랑방의 최은아 씨는 “여성 할례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다. 이것을 전통이라는 이유로 존중한다는 것은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해 왜곡하는 것”이라며 여성 할례 전통이 타파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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