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보겠습니다’. ‘소라’와 ‘나나’ ‘나기’의 이야기는 이 문장으로 연결된다. 이들은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아주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덤덤하게 풀어나간다. 모든 존재는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몫만큼 애써 살아간다. 작가는 그 모든 사소한 움직임 하나도 누군가에게 전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도 타인의 기준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계속 살아가길 바라며.학내보도부 차장기자 김민경
언제부턴가 땅을 보며 걷는 게 습관이 됐다. 돌부리에 걸리지 않을까 더러운 것을 밟진 않을까 걱정하며 아주 좁은 발아래 땅만 주시했다. 그렇지만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면 필자를 기다려 왔던 것들이 한껏 반겨주는 걸 느낄 수 있다. 푸른 하늘과 눈부신 햇빛, 부드러운 꽃들과 풍성한 초록을 경험하며 필자는 조금씩 숙명의 봄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게 됐다.한국어문 23 임유민
갑작스럽게 마주해야 했던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의 여파가 서서히 옅어지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대학은 강의실 수업을 대체할 임시방편으로 원격수업을 시작했다. 또한 ‘위드 코로나(With Corona)’를 논의하며 온라인 환경의 교수-학습 적용은 강의실의 대체물 그 이상의 가치로서 인식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전통적인 교육 방법을 재고하고 교수 및 학습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할 기회가 됐다. 이에 코로나19 시기 원격수업에 대한 교훈을 살펴보고 이후 교육환경의 변화와 이를 위한 과제를 짚어보고자 한다.팬데믹 기간에 체감
‘읽는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 같은 책을 읽고 함께 감상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어려운 시대다. 독자들의 이런 마음을 알았는지 민음사에서 ‘읽는 사람’이란 인터뷰집이 출간됐다. 책엔 문학잡지 ‘릿터’에서 허윤선 작가와 배우, 영화감독, 가수 등이 독서에 대해 나눈 대화가 엮여 있다. ‘읽는 사람’이란 제목은 평범하면서 특별하게 느껴진다. 이젠 읽는 사람이 일반적이지 않은 특별한 사람이 됐기 때문이다. 이 특별함은 권위적인 특별함과는 거리가 멀다. 책엔 읽는 사람이 줄어드는 시대에 여전히 읽는 사람으로 존재하는 이들을 위한 이
“뭘 망설여 바보같이 답답해 너의 태도 그냥 좀 해도 돼 한 번쯤 미친 사람처럼" '‘어반자카파’의 ‘Get’이란 노래 중 일부다. 어린 시절 단순히 신나는 멜로디에 이끌려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학원 가는 길에 무겁던 발걸음의 무게를 덜어주던 이 노래가 이젠 한 소절 한 소절의 가사로 필자를 위로한다.긍정적이지 않아야 할 일까지 긍정적이란 지적을 받을 만큼 유난히도 밝은 학창 시절을 보냈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이끌리는 것에 마음을 주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내가 원하는 것이니까.”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일단 저
열차의 침대칸은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있었고, 침대 옆 작은 창문으로만 시간과 바깥의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었다. 깊은 잠이 들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낯선 곳으로 간단 설렘 때문인지 철길을 통과하며 생기는 크고 작은 소음과 진동이 불편하지만은 않았다. 그렇게 12시간을 달려 마주한 풍경은 설원의 기차역이었다. 굽이굽이 철길을 달리고, 여러 이름 모를 지명을 지나 핀란드 북부 로바니에미(Rovaniemi)에 도착했다.오로라를 보지 않는 로바니에미 여행은 지루할지도 모른다. 낯선 나라, 처음 온 도시임에도 필자는 생생하게 살아있단
적막한 풍경은 되려 소리를 낸다. 오랜 고향의 정경도 그러하다. 그곳에선 해가 넘어가면 세상이 숨죽이는 소리가 금세 들려온다. 집집을 가르는 돌담 밑으로 풀벌레들이 작게 씨근거리고 그 위를 바람이 사붓이 돌아다닌다. 간간이 피어있는 가택의 불빛에선 희미한 인기척이 들썩거린다. 저물어 가는 풍경을 뒤로 한 채 수다스러운 고요가 내려앉는다. 그렇게 영원히 즐겁고 평안하리라던 마을의 밤이 찾아온다.한국어문 21 김민주
이번 학기 들어 독서에 다시 정을 붙이고 있다. 오래된 만큼 소중한 필자의 취미다. 그러나 한동안 바쁘거나 피곤하다는 핑계로 뒤로하기 일쑤였다. 필자는 취미가 많다. 각각의 취미에 깊은 조예가 있다고는 말할 수 없어도 저마다 소중하다. 시간과 체력이 한정적이기에 취미는 서로 교환관계를 가진다. 한 가지를 선택하면 다른 취미들은 잠시 미뤄야 한다. 선택의 기준은 사랑하는 정도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필자가 더 많이 사랑하는 것들로 일상을 채운다.독서는 의식적인 노력과 꾸준함이 필요한 취미다. 책은 영화처럼 관객을 결말까지 단
“시민이 접하는 정보는 기껏해야 피상적인 기성품이다. 사건의 진상을 보다 깊이 통찰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볼 가능성은 거의 공급되지 않는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보도가 공정하지 않고 정보가 은폐되다 보면 독자들이 피상적인 사실 이면에 어떤 힘이 작용하는지 알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프롬이 기대하는 새로운 사회는 시민들에게 실제적인 문제에 관련한 지식을 주고, 가장 중요한 사실과 참된 정보가 전파될 수 있는 체계를 확립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숙대신보가 언론으로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진짜 문제를 잘 다루고 있는지
오는 7월 1일(토) 서울퀴어퍼레이드(이하 퀴어퍼레이드)가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리지 못하게 됐다.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위원회가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의 신청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같은 날 기독교 단체가 주최하는 어린이·청소년 관련 행사가 우선이란 이유에서였다. 조직위에 따르면 서울시는 ‘신고 순위가 동일한 경우 신고자들과 협의를 통해 조정한다’는 조례가 있음에도 충분한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조직위의 반발에도 서울시는 불허 결정을 바꾸지 않고 있다. 조직위는 퀴어퍼레이드를 진행할 다른 방법을 물색 중이다. 서
몬순은 계절풍이다. 동시에 거세게 내리는 비다. 희곡 속 인물들에게 몬순은 각각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살갗이 찢기는 듯한 고통을 주기도, ‘내가 지금 이곳에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기도 한다. 전쟁이 다른 단어로 환원될 수 없는 그냥 전쟁이듯, 몬순도 그저 몬순이다. 각 인물은 전쟁의 안과 밖, 그리고 옆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교차하고 중첩되는 대사와 무대는 인물 사이를 휘감는 바람과도 같다. 작가는 전 지구적 전쟁과 폭력 속에서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질문한다. 사려 깊은 물음들은 모두가 전쟁과 무관하지 않다고 이
국회의원 증원을 둘러싼 찬반 여론이 뜨겁다. 지난 17일(금)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는 국회의원 수를 기존 300명에서 350명으로 증원하는 선거제도 개선 결의안을 내놨다. 이후 많은 이들의 반발을 수렴해 22일(수), 의원 300명 동결을 전제하는 방향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추후에도 증원에 관한 논의가 계속될 여지가 크다. 대다수 국민은 국회의원 증원에 부정적인 견해다. 2월 국회 정개특위가 발표한 ‘정치개혁 국민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200명 중 57.7퍼센트가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동의하지 않았
그동안의 해외여행은 어릴 적 한 번 다녀온 베트남뿐이었다. 그때를 회상하면 그저 어른을 따라 쫓아다니며 단순히 먹고 구경했던 기억만 떠오른다. 그리고 8년이 넘게 지난 올해, 친구와 두 번째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누구의 뒤가 아닌 스스로가 앞장서는 여행길이었다.2월, 점점 날씨가 풀리는 시기에 여행을 하기 수월해 보이는 일본 오사카로 떠났다. 숙소까지 가는데 길을 헤매고, 걷기도 많이 걸었다. 짧은 언어로 타코야끼를 주문하고 길가에 앉아 허기를 채웠다. 힘들었던 만큼 더욱 맛있는 첫 끼였다.하루 이틀이 지나니 화폐 사용과 교통 이용
고등학생 때 작가가 되고 싶어 국문과에 가겠단 필자에게 선생님은 취업이 잘 된다는 다른 학과를 추천해주셨다. 작가란 꿈을 위해 국문과에 가는 선택은 돈을 벌기 힘들고 취업도 잘 안된단 이유였다. 필자는 그 말을 듣고도 국문과에 왔다.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을 직업에 예술 계통의 직업군이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 확신은 오래가지 못했다. 인공지능이 그림을 그리고 소설과 시나리오를 쓰는 등 예술 영역에서도 창작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때부터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을 사람들은 어떤 이들인가?’란 의문을 품게 됐다. 그리
지난 20일(월) 발행된 제1424호 기획면을 마지막으로 본지에서의 부서 기사 작성을 마무리했다. 학우 세 명과 저출생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나누는 대담, 뒷받침할 수 있는 해설 기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2021년에 같이 입사한 동료 기자이자 현재 편집장으로 일하는 친구와 함께였기에 어려움 없이 발행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 2년이란 시간을 지나오며 서로의 눈만 봐도 생각을 알 수 있는 사이가 됐다. 동갑내기 친구, 입사 동기를 넘어선 전우애가 느껴졌다.여덟 면짜리 신문에 무려 두 쪽이나 이름을 남길 수 있
필자는 글을 쓸 때 행복했다. 글을 쓰고 싶단 꿈을 놓지 못하고 대학에 진학했고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완성도 높은 글을 아무렇지 않게 써 내려가고 싶었다. 그런 생각으로 하루하루 성장을 위해 달리던 와중 본교 캠퍼스 가판대에 놓인 ‘숙대신보’ 신문을 보게 됐다. 본지 기사는 당연하게도 하나같이 완성도 높은 글뿐이었다. 바이라인에 써진 기자단의 이름을 보며 이들과 함께 글을 쓴다면 필자의 작문 실력이 억지로라도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잘 해내겠단 의지보단 앞으로 있을 필자의 성장에 막연한 기대를 품고 본지 기자단에 발을 내디뎠다.
최근 OTT 서비스에선 연애 프로그램이 열풍이다. ‘하트 시그널’, ‘환승연애2’ 등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그 예다. 참가자들은 제작진이 정한 규칙 안에서 호감이 가는 다른 참가자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관계를 발전시킨다. 필요에 따라 다른 참가자에게 전략적으로 거짓말을 할 수도 있고 진심으로 다가갈 수도 있다. 필자가 소개할 프로그램은 웨이브의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이하 좋알람)’이다.해당 프로그램에선 호감 표시를 위해 방송사 측에서 제공하는 앱을 사용해야 한다.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상대에게 앱에서 하트를 보내면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