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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상 여우비 나윤정 (경기여자고등학교) 여수가 물밀 듯이 밀려왔다. 여자는 비로소 자기가 쉬고 있다는 것을 자각했다. 모든 것이 완전해지는 순간이었다. 귓밥과 입술과 왼쪽 새끼손톱까지 완전해졌다. 거뭇하게 지는 노을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완전하게 마감하기로 결심했다. 낡은 소형차를 지키고 있는 사랑스러운 누구와 함께 여독을 품고 싶었다. 아흐레면 충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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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2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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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상 바다로 가는길 신솔잎 (안양예술고등학교) 아빠는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한 손에는 악어 이빨 모양을 한 톱 한 개가 들려 있었다. 그럼 나는 그 자동차를 타고 아직 가보지 못한 먼 바다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아빠는 역시 내 아들이라며 허공에서 나를 몇 바퀴 돌리고는 다시 톱을 잡았다. 사실 그 때 dkQK가 djE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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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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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상 귀고리를 한 남자 박미정(양정여자 고등학교) 응? 뭐라고? 아빠랑 처음 만난날 이야기 해달라고? 어머, 얘, 됐어. 그런거 알아서 뭐하니. 엄마 설거지해야 한다니까. 심심하면 들어가서 공부나 하셔. …으이구, 끈질기기도 해라. 알겠어! 그럼 이것만 듣고 공부하는 거다, 알았지? 엄마가 24살 때 옷가게에서 일을 한 적이 있었어. 여성의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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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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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상 외할머니 김민정(대진고등학교) 우리 외할매, 할매는 여느 다른 할머니들처럼 시골에서 누렁밭을 일구며 사셨던, 언제나 정감있는 하회탈 웃음을 지닌 그런 분이셨다. 나 어릴 적, 처음으로 우리 외할머니를 보았을 때, 할머니는 원래 태어나실 때부터 숱 많고 뽀글뽀글한 검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태어나신 줄 알고 내 머리도 할매 머리처럼 곱슬거렸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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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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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상 함성 손지연(정의여자고등학교)햇빛 한 줄기가 창문 틈 사이로 가느다랗게 내 어깨 위를 비추고 있는가보다. 눈을 감고 있는데도 너무 눈이 부셔서 느낌만으로도 아침을 알 수 있다. 유난히 일어나기 어렵지 않은 아침이었지만 괜스레 미간을 찌푸리며 이불을 걷었다. 너무 조용히 시계 초침소리가 내 귓속에서 째깍째깍 거렸다. 1초, 2초. 아침이 이렇게 조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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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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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상 오늘 날씨는 맑음 강선주(관양고등학교)나는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지하방에 살았다. 비가 오는 날이면 칙칙하고 더러운 냄새로 잠 한숨 잘 수 없었고 햇빛이 쨍쨍거리는 날이라 해도 지하 방에선 비로 인한 칙칙한 냄새만 풍기지 않을 뿐 변함없이 어둠이 가득했다. 비가 오는 날, 그것이 지나가는 소나기면 다행이지만 며칠씩 쏟아지는 장마이면 집안으로 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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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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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상 신호등 이은혜(안양예술고등학교)가로등 옆에 칼라 렌즈를 낀 검은 마녀가 서 있다. 길을 걷는다. 마녀보다 작은 우리 마녀가 빨간 렌지를 끼면 모두 마녀 앞에 선다 마녀가 초록 렌즈를 낄 때까지 렌즈 만을 쳐다 볼 뿐 아무도 검은 아스팔트를 넘지 못 했다 낄낄 대며 조종하는 마녀들 우리에게는 인형 줄이 달려 있다 카메라, 위성, 휴대전화가 우리를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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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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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상 신호등 김세은(김포고등학교) 당신에게 온 전언입니다. 터진 실핏줄로 항의하는 붉은 눈 앞에서 당당하던 용감한 네가 신호등의 붉은 빛 앞에서는 무엇이 두려워 걷지 못하느냐고 여쭈라셨습니다. 당신에게 온 전언입니다. 금덩어리의 찬란한 빛깔앞에 인내하지 못하고 마지막 양심마저 배설해 버리던 네가 신호등의 황금빛 앞에서는 왜 인내하느냐고 여쭈라셨습니다.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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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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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트매화 길거리에 놓인 벤치에 사는 여자 거지 윤소영 (중앙여자고등학교) 햇빛이 신문지 구멍 사이로 침입해 들어와 내 얼굴을 두들겨 대고 있었다. 나는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태양 시계는 거의 정확하다. 12시에서 1시사이가 되면 녹슬지 않는 그 솜씨로 나를 깨워 주는 것이다. 간밤에 덮고 잔 신문지가 찢어져 있었다. 하긴 이불을 바꿔줄 때가 되었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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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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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트 청송 가족회의 김기혜 (안양예술고등학교 )오빠가 돌아왔다. 나갈 때는 여기저기 멍이 든 채 절룩거리며 쫓겨났지만, 돌아왔을 때는 내가 본 어떤 남자보다 당당하고 늠름한 모습이었다. 오빠의 옆에는 제법 예쁘게 생긴 여자애가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나는 여자애의 부스스한 파마머리를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싼 티 나게 생겼어. 그러나 나는 그 말을 입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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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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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트청송길거리에 놓인 벤치에 사는 여자 거지 김남희(중앙여자고등학교) 나는 지금 손과 발이 묶여 있다. 옆에서 야생의 습성을 절대 버릴 수 없는 늙은 개가 울부짖는다. 수 없는 늙은 개가 울부짖는다. 젖이 축 늘어져 새끼를 한 대 여섯은 낳았을 듯 싶다. 한적한 이곳에서 살아 숨쉬는 것이라고는 말 없는 나무들과 늙은 개, 그리고 우습게 묶여있는 나 자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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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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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매화김경희(영신여자고등학교) 내 동생 K에게 K야. 여름감기에 걸려버린 너는 어젯밤에도 일찍 잠이 들었더구나. 너에게 부탁할 것이 있어 살짝 너를 깨워봤지만, 역시 소용이 없더라. 너는 종종 “언니는 도대체 어떻게 밤을 새는 거야?”하며 신기해했지. 너도 알다시피 나는 내 또래들보다 밤을 많이 새는 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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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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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청송김소라(정의여자고등학교) 어느 집이나 저녁의 풍경은 비슷할 것이다. 한 두 그릇의 밥과 국을 사이에 두고 텔레비전을 보며 그날 하루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식사는 설령 맹물에 말아먹는 밥이라 할지라도 꿀맛같이 달콤할 것이다.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가족은 다섯이었다. 부모님과 동생,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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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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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백로 경계를 넘어서 부제 : 그 매력있는 세계로의 이끌림 정혜원 (진명여자고등학교)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푹 빠져 버린 국악방송. 처음에는 국악을 듣는 것이 잠이 들만큼 조용하고 지루해서, 자기 전에나 듣고는 했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음악을 좋아했던 나는 진심으로 국악을 듣게 되었고 국악애호가가 되었다. 어느날 아침, 그 날도 여느 때와 마친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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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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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상 나와 나비 건미리(안양예술고등학교) 안개 낀 새벽 학교가는 길. 한쪽 날개를 잃고 쓰러져있는 나비들 손으로 감싸안고 어디론가 뛰었다. 바람에 젖은 내 귀가 땅에 떨어져 파닥거렸고, 손 안에 죽어있는 나비는 정지된 기억들을 하나씩 풀어놓으며 허공으로 희미한 날개짓을 해댔다. 매말라가는 나비의 몸이 조금씩 부서져 포르르 떨렸고 뭉쳐있던 꽃향기들을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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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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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상 시간 박은선(안양예술고등학교) 목욕탕의 전자시계가 시와 분 사이에서 빨간 불빛을 깜박이며 흐른다. 평상 위 세월이 물결치는 여자들의 갈색 눈썹 사이 나는 텔레비전을 보며 찢어진 시간의 살점을 물어뜯고 있다. 울퉁불퉁 날카로워진 기억들이 손톱깎이를 가져왔다. 자라도 자라도 멈추지 않는 손톱은 이제 겨우 열아홉, 또각또각 손톱 끝에 담긴 시간을 자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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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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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대신보
2007.03.03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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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P-041 경민고 안상은 신호등 앞에서 안녕? 나는 학교 가는 길이야 혼자 쭈뼛 서 있는 네 앞에 좋은 아침이야 AM 7시 45분 학교 앞 50m 너는 누구를 기다리니? 멋도 말도 없이 삐죽 뾰로통한 표정 활짝 웃다가도 금새 빨갛게 된 얼굴을 하고 입술 굳게 닫고 다시 삐죽 네가 웃을 때에도 난 항상 조마조마 모른체하고 지나칠 때면 벌겋게 상기되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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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대신보
2007.03.02 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