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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자라풀 몇 줄기늪의 고요를 물고 떠오르는 우포엄마의 민박집이 간판에 불을 밝힌다개구리밥같은 곰팡이가벽지에 번지던 방에서얇은 잠에 들던 사람들장판이 뜯어진 평상 위로밤이 내려앉는다처마에 널어놓은 시래기수초처럼 늘어지던 화룡민박오래 여닫지못해낡은 쪽배처럼 우는 철문이닫힌 늪의 입구를 닮았다고둥을 잡으러 쪽배 밀며늪으로 들어가던 날이면물냄새 나는 눈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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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3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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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나무잔바람에도 바싹 마른 소리로온몸 흔드는 느티나무.할머니 목소리가 들린다.투명한 빛살에 곱게 머리 빗는 나무할머니 뼈를 품고 자라는 나무가연두빛 여린 잎을햇살 아래 펼쳐 말리다할머니가 소녀처럼 부끄러운 햇살가슴에 접어둔 이야기를 펼치며오월 하늘에 번져나간다초록색 수의 입은 할머니긴 그늘을 만드신다할머니 무르팍같은 나무그늘.둥글게 뻗어나온 가지를 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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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대신보
2010.08.3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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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은혜고등학교 정 주 희 정확한 명칭이 생각나지 않는다. ‘영혼 도서관’이었던가....... 얼마 전, 신문에 이 도서관에 관한 기사가 짧게 실렸다. 자신이 직접 죽기 전이나, 가족들이 죽은 이의 자서전을 쓰면 그것을 보관 해 주는 도서관이다. 그 기사를 보고나서, 엄마가 퇴근하시자마자 엄마에게 신문을 들고 가 우리도 이거 하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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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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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서울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 강 현 주 열일곱살 때 나는 처음으로 ‘죽음’과 마주쳤다. 서늘한 바람이 나지막이 불던 어느 늦은 여름밤에 할아버지는 꿈을 주며 떠나셨다. 그날 나는 아직 따뜻한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엎드려 통곡했다. 죽음 앞에서 나는 목놓아 우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얼마지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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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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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여자고등학교 김 현 정 작년 겨울, 시험공부를 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 집에는 엄마와 나 둘뿐이었다. 방에서 혼자 공부를 하다 물을 마시러 나간 나는 식탁에 계신 엄마 옆에 앉았다. “공부 잘하고 있지?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공부를 잘 했는데도 대학에 못 간 사람도 있어.” 엄마의 말에 나는 무심코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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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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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긴 순간 송호고등학교 정근애 "고흐는 양성애자였어." 양이 말했다. 헐렁한 베이지색 티셔츠에 낡은 청바지를 입은 한 숫양이, 내 테이블 건너편에 앉아 말했다. 양은 '메에' 우는 대신, 아직 따스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내 앞에 놓인 커피는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고흐는 양성애자였지. 그가 어떤 창녀에게 목을 매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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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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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긴 순간 송호고등학교 정근애 "고흐는 양성애자였어." 양이 말했다. 헐렁한 베이지색 티셔츠에 낡은 청바지를 입은 한 숫양이, 내 테이블 건너편에 앉아 말했다. 양은 '메에' 우는 대신, 아직 따스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내 앞에 놓인 커피는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고흐는 양성애자였지. 그가 어떤 창녀에게 목을 매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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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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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이 뜬 풍경 동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여자고등학교 엄 지 희 학원 수업이 끝났다. 나는 어깨에 가방을 둘어 맸다. 문제집이 가득 들은 가방은 묵직하게 내 몸을 짓눌렀다. 제대로 수업을 들은 것도 아닌데 괜히 피곤했다. 나는 강의실에서 나와 계단쪽으로 걸어갔다. 학원 창밖에서 짙은 노을빛이 스며들고 있었다.나는 잠깐 멈춰서서 밖을 내다보았다. 장난감처럼 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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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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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전 잠시 평촌고 김 시 은 5시간을 달려 강진에 도착했다 터미널 바로 앞에 붉은 전광판을 들고 서 있는 모란모텔 어둑한 작은 골목을 걸어 쓰러질 듯 기대선 호텔로 들어간다 구겨진 종이조각처럼 울퉁불퉁하게 엉켜있는 2인실의 방 삐걱거리는 창문을 열자 낯선 강진의 바람이 머리를 스친다 깜빡 깜빡 붉은 빛 전구들이 은은하게 방 안을 메꿔준다 붉게 번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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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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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중경고 박 민 정 아침과 밤이 번갈아 산맥을 휘젓고 진달래가 동백으로 화할 적에도 너는 그 자리에 변함없이 서 있었지. 외롭다 마라. 철새들이 오며가며 네 자리를 공허히 여겨도 하늘에 별이 떠 있으니 그저 벗삼아 이슬로 빚어낸 잔을 기울이면 그만이다. 갈매기들이 은하수 한 동이 담아오다 네 무릎에 제처럼 흰 소식을 떨구었을 때 그 때 두근거리는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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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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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안양예고 유 수 지오래전, 자주 입었던 주머니가 유난히 큰 쟂빛 바지를 찾았다. 갑작스런 밤비처럼 봄은 오고, 옷 정리나 해볼까 해서 옷장을 뒤지던 것인데, 어쩌다 이 바지를 꺼내고 말았다. 그 큰 주머니 속엔 파도같이 사륵사륵 소리를 내는 무엇인지 모르는 종이가 들어있고, 청청히 깊은 바다 아래를 내려다 보는 듯한 설렘으로 주머니를 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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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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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 영복여고 이아람 늦은 아침에서 깨어난 나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픈 것을 참고 겨우 일어났다. 침대 옆의 탁자에는 어제 저녁 번역하다만 영문 소설 한 편이 얌전히 놓여져 있었고 노트북이 깜빡 깜빡 거리며 켜져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 옆에 자리한 두통약과 자리끼. 나는 두통약 몇 알을 입 속에 털어 넣었다. 내가 조금만 아파도 두통약을 자주 복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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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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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끝으로 입꼬리를 만져 본다. 거울속에서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 입은 한 남자가 나를 바라본다. 어색한 표정이다. 하루 종일 억지 미소를 띄운 탓인지 입 주변의 근육은 감각이 없다. 마치 대기업에 갓 입사한 신입사원같은 생경한 내모습. 헤어젤을 듬뿍 발라 윤기 흐르는 머리를 두 손으로 헝클이고, 목을 꽉 죄이고 있던 넥타이를 느슨하게 푼다. 막혀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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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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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매화상 바람이 불어올 때 국유진(인천숭덕여자고등학교) 새벽하늘에 그물을 던진다. 바람이 불어올 때 바다를 추억하는 황태들이 아가미 꿰어져 노랗게 여물어 간다. 햇살 한 움큼 흠뻑 빨아들이고는 제 몸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다 보면 바싹 말라 짜부라진 눈으로 바다를 추억하는 덕장 안 황태들 바람을 타고 물살에 잠겨본다. 얼지 않는 바다 속 탯줄로 연결된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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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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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청송상 바람이 불어올 때 장은실(안양예술고등학교) 바람이 불어 나에게로 올 때 나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숨 막히게 밀려오는 거친 파도 앞에선 태양도 구름으로 얼굴을 가린다. 나무가 산발을 하고 꽃송이 모로 누워 몸을 사린다. 나는 바람을 맞으며 서서 나뭇가지에 걸린 거미줄을 본다. 바름을 실타래 삼아 꿈을 짜는 거미를 본다. 바람이 불어올 때 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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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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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백로상 바람이 불어올 때 서지예(가락고등학교) 약동하는 생명은 알고 있다. 바람이 그의 광장에 얼마나 많은 그리움을 남기는지 그리움이 두려운 어린것들은 수많은 인파 속에 몸을 문댄다. 이제 그들은 울음의 촉각조차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시들어가는 어떤 것들은 기억한다. 지친 풀잎을 뉘이는 바람 끝의 어머니 같은 그 손길 그들은 이제 무디어진 몸을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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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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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부문: 수필, 참가번호: A0032 3등 거 울 거울 앞에 서본다. 까무잡잡한 피부, 작고 처진 눈에 높지도 낮지도 않은 평범한 코 그리고 흐릿한 입술. “할매는 내가 제일 이쁜 것 같나?” “하모하모. 니가 제일 이쁘제. 웃는 기 젤로 이쁘다.” 증조할머니는 내가 초등학생이 되기 전까지 살아계셨다. 남들은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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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대신보
2007.09.0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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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 여고문학상 백일장 2등 참가부문 수필 참가번호 B0080 가장 소중한 가족 “다녀오셨어요. 아빠….” 이 말 한마디를 꺼내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남들은 자연스럽게 부르는 ‘아빠’라는 단어를 다시 사용하기까지는 긴긴 시간이 필요했고, 내가 아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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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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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회 숙명 여고문학상 백일장 1등 백로 A0062 주제 : 선택 행복을 위한 꿈 ‘탁! 탁!’ 담임선생님께서 단상을 두드리시며 우리들을 쳐다보셨다. 신나게 수다를 떨고 있던 나와 희정이는, 선생님께서 두어 번 더 치시고 나서야 선생님께로 고개를 돌렸다. “집중, 집중! 자, 선생님이 지금 작성지를 한 장씩 나눠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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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대신보
2007.09.0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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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문 수상자 수상내용 수상자 1등(백로상) 시A0065 서지예 2등(청송상) 시B0108 장은실 3등(매화상) 시A0007 국유진 장려상1 시A0075 신혜연 장려상2 시B0094 이슬아 장려상3 시B0100 이한솔 장려상4 시A0054 박슬기 장려상5 시B0141 허은정 수필 부문 수상자 수상내용 수상자 1등(백로상) 수필A0062 우혜주 2등(청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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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대신보
2007.06.01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