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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우연이었다고 말했다. 우연, 참 편리한 단어라고 생각했다. 한 시 십오 분, 남자가 철문을 밀며 골목으로 나온다. 헤진 남방 아래에 헐렁한 추리닝을 입은 남자. 남자는 검게 세팅 된 나의 유리창으로 흘끗 시선을 던지지만 그냥 지나친다. 방금 나와 눈이 마주쳤단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백미러로 남자가 완전히 골목에서 사라지는 걸
숙명여고문학상
숙대신보
2010.08.3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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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것독한 냄새가 코를 욱신 찔렀다. 반 쯤 열어둔 차창으로 쇠똥을 섞은 거름 냄새가 들어왔다. 모서리가 닳아버린 돌을 타고 흐르는 도랑이 양 옆으로 보였다. 마을 입구를 알리는 개구리 모양 돌비석도 나타났다. 아침 일찍부터 부산을 떤 덕분에 해가 떨어지기 전 시골에 도착했다. 대문마저 없는 시골집 마당으로 짐을 끌며 들어가고 있는데 ‘왔는
숙명여고문학상
숙대신보
2010.08.3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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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것“에휴…….”어머니의 깊은 한숨 소리.어린 나는 쭈뼛거리며 눈치를 살핀다. 전화벨이 울려주었으면, 속으로 간절히 빈다. 하나님, 예수님, 부처님, 공자님, 알라신……. 알고 있는 모든 신들을 떠올리며 기도를 하느라 나의 머릿속은 안쓰럽게도 포화 상태가 되고 만다.그러나 그런
숙명여고문학상
숙대신보
2010.08.3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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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네팔의 하늘은 티 없이 맑은 코발트색이었다. 매연과 먼지로 오염된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하늘이었다. 이 하늘을 본 것만으로도 여행 온 보람이 있었다. 상희야, 나랑 같이 네팔에 가자. 거기 하늘이 빠져 죽고 싶을 만큼 아름답대. 네팔 가이드북을 덮으며 이모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뜬금없이 네팔은 무슨……. 내가 말끝을 흐리자
숙명여고문학상
숙대신보
2010.08.3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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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숙명 여고문학상 수필 부문에는 총 116명이 참가하여 저마다의 문학적 감수성을 빛내주었다. ‘자화상’, ‘사라지는 것’ 등, 두 개의 글제로 진행된 이번 수필 부문 백일장 작품들은 오늘날의 여고생들의 생각과 고민의 현 주소를 잘 드러내는 장이기도 했다. 모든 글들이 글쓴이의 내면을 드러내는 일이겠지만, 특히
숙명여고문학상
숙대신보
2010.08.3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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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회 숙명 여고문학상 콩트 부문에는 모두 70여명이 참여했다. ‘우연’, ‘뼈아픈 후회’의 두 가지 글제로 진행된 콩트 부문 심사를 맡은 두 사람의 심사위원은 숙고 끝에 올해에는 1등을 뽑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그래서 올해 숙명 여고문학상 콩트 부문에는 2등, 3등 각기 한 편의 작품과 장려상 네 편의 작
숙명여고문학상
숙대신보
2010.08.3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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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각과 나의 목소리 숙명 여고문학상 백일장이 16회를 맞았다.매년 미지의 여고생들이 새로 쓰는 작품을 만나는 두려움과 즐거움은 각별하다. 이는 가히 무에서 유를 찾아내는 발견의 기쁨과 그 숙연함이라 할 만하다. 상상력의 신비와 창작의 아름다움을 거듭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1등으로 결정한 <아카시아 필 무렵>은 ‘아카시아 필 무렵에
숙명여고문학상
숙대신보
2010.08.3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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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러 대학들이 개혁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대기업이 인수한 모 대학의 경우 총체적인 구조개혁을 단행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전공의 교수와 학생들이 강하게 반발하였다. 또한 모 대학은 전 교수들의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하여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우리 대학도 예외는 아니었다. 새로운 학과의 신설, 정원 조정 등의 문제로 3월
사설
숙대신보
2010.05.13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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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서구인의 인식지평에 떠오르게 되었던 시기는 19세기말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 제국주의 침탈이 시작되면서이다. 미지의 동아시아 지역의 작은 나라 한국의 이미지는 서양과의 접촉이 없어 때묻지 않은 동양 유물이 감추어져 있는 은자의 나라였다. 1950년 한국전쟁이후 서구에서 한국은 냉전의 요새로 재발명 되었고 오랜기간 동안 서구인이 한국을 인식하
사설
숙대신보
2010.05.13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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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가 중 국력순위 10위권, 국민소득 1인당 2만 달러를 향해 가는 선진국. 2010년 대한민국의 세계적 위치다. 그러나 한국의 미군기지촌은 아직 이러한 명성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기자는 지난 호 여성 면에서 ‘케네스 이병의 윤금이 살해사건’에 대한 기사를 쓰며 기지촌 여성의 열악한 삶에 대해 알게 됐다. 90년대까지 윤금이와
취재수첩
남다정 기자
2010.05.1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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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과 같은 청년 실업난에 대학생들은 스펙을 쌓기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대부분의 대학생은 인턴 활동, 공모전 수상이력 등에 열을 올리며 이력서를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 여기 김혜수(경제 07) 학우의 이력서에는 봉사활동 215.5시간이라는 특별한 한 줄이 보인다. 어마어마한 봉사시간을 스펙으로 가진 김 학우에게 봉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김 학우는 교
지난 기사
남다정 기자
2010.04.2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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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0월 28일 경기도 동두천시 보산동의 한 월세방에서 한 여성이 무참히 살해된 채 발견됐다. 시신의 온 몸에는 피멍이 들어있었고 자궁 속에는 맥주병 2개가 박혀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항문부터 직장까지는 우산대가 꽂혀져 있었다. 이 여성은 왜 이렇게 처참히 살해됐을까.이 사건의 피해자는 ‘윤금이’라는 미군 전용 클럽의 종업원이
지난 기사
남다정 기자
2010.04.2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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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원 교수 미디어다양성위원회 위원으로 위촉우리 학교 김영원(통계학 전공) 교수가 ‘미디어다양성위원회’ 제 1기 위원으로 위촉됐다. ‘미디어다양성위원회’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의 여론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설치한 법정위원회로서, 방송 사업자의 시청 점유율 조사 및 산정, 매체 간 합산 영향력 지수 개발, 여론 다
지난 기사
숙대신보
2010.04.13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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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學習)은 『논어』의 학이편을 시작하는 학이시습지(學而時習知)에서 따온 표현이다. 역자에 따라서 이 구절에 대한 번역이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배우고 익힌다”라는 번역은 너무 소박한 것 같다. 습(習)자는 새가 알을 깨고나와(白) 날개 짓(羽)을 하는 형상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살아나기 위한 한 생명체의 몸
사설
숙대신보
2010.05.13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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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와 있는 봄의 향기는 우리를 놀라게 했던 지난 한주의 소식보다도 강하다. 교정의 봄에서는 우리 곁을 떠난 졸업생을 대신해, 전국에서 모인 신입생과 재학생간의 경이로운 새로운 만남이 이어지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살다가 다른 문화를 갖고 교실에 함께 한 학생들은 각자의 것들과 접촉하며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얼마나 놀랄지 짐작이 된다. 같은 생각을
사설
숙대신보
2010.05.13 1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