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언론인 아만다 리플리(Amanda Ripley)의 책 「극한 갈등」은 갈등을 ‘극한 갈등’과 ‘선한 갈등’으로 구분한다. 극한 갈등은 정치적인 대립과 집단적인 복수로 이어지는 극단적인 갈등에 해당한다. 반면 선한 갈등은 삶을 살아가며 발생하는 의견의 대립이다. ‘선한 갈등’은 상대에게 정답을 강요하거나 상대를 비하하지 않고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현재 정부와 의사의 갈등이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는 선진적인 의료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도록 의료 정책을 펼쳐왔다. 양질의 의료인력은 정부와 함께 국민들에게 높은
영화 를 개봉 당일에 감상했다. 이 영화는 소설 의 세 번째 리메이크작이다. 영화를 본 뒤 기억에 남은 것은 영화의 구체적인 줄거리도, 이전 리메이크작과의 비교도 아니다. 주인공 웡카가 노래 ‘Pure Imagination(2023)’을 부르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 노래는 지난 1971년 쓰인 소설 의 첫 번째 리메이크 영화 에서 처음 등장했다. 필자는 이 노래를 이미 알고 있었다. 미국의 한 고등학교 마칭밴드(Marching Band)가 해당 곡
왜 본지에 입사했냐 묻는다면 명확히 대답할 수 있다. 무료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었다. 왜 본지에 남아있냐 묻는다면 선뜻 답이 나오지 않는다. 바이라인을 수놓던 동료 기자의 이름이 차례로 사라지는 동안 필자는 여기 남아있다. 가끔은 그저 고여있는 것만 같다. 관성처럼 취재하고 습관처럼 글을 쓴다. 대단한 열정도 없고 기자로서의 자질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했다.지난 겨울 방학엔 고민이 많았다. 본지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지 매일 걱정했다. 필자는 졸업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300시간
학교 언덕을 숨 가쁘게 오르다 마주한 교정이다. 어느새 학교는 단풍으로 물들고 청명한 가을 하늘이 보였다. 그리 세지 않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그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이 우릴 반기고 있었다. 숨 돌릴 틈 없이 전진하는 숙명인을 맞이하는 가을의 숨결이었다. 숨을 트여주는 공간은 안락한 모습으로 밤낮없이 우릴 기다린다. 그러니 앞으로 나아가다 숨이 찰 땐 잠시 멈춰 서서 숨을 쉬어라. 쉼 또한 도정의 한 조각이 되고, 앞으로 우리가 가는 길을 더 찬란하게 만들어줄 테니.김민영 교육 20
현대사회에서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는 가볍게 여겨진다. 인터넷에 떠도는 ADHD 자가진단과 그 특징을 적어놓은 게시물을 보면 ADHD를 웃어 넘길만한 흔한 질병 정도로 묘사한다. 실상은 전혀 달랐다. ADHD는 벗어날 수 있는 병이 아니다. 평생의 숙제이자 짐이다. 물건을 잃어버리고, 약속에 늦고, 사소한 소리에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25살, ADHD 진단 후 저자의 세상은 무너졌다. 남들과 다른 ‘비정상’이란 생각은 저자를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의 늪으로 이끌었다. 고통의 순간을 끝낸 것은 모순되게도 ADHD였다.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란 문장으로 설명되는 영화 (2022)를 보며 생각했다. 인생에선 누구나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이 영화에선 배에 힘을 주고도 지나가기 벅찬 골목길마저 선택의 순간이라고 말한다. 이런 사소한 선택도 삶의 궤도를 뒤흔드는 빅뱅을 부른다.영화는 수많은 선택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단 익숙한 교훈에 기발한 상상력을 더한다. 영화에 상상력을 양동이 채 들이부어 멀티버스(Multiverse)를 접목했다. 살면서 마주친 수천만 개의 갈림길은 각각의 다른 인생을 만든다. 그 모든 ‘나
지난해 7월 꿈꿔왔던 5주간의 유럽 여행을 떠났다. 늘 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일상에 쫓겨 엄두를 내지 못했다. 지난여름엔 큰 용기를 내어 친구와 유럽 여행을 계획했다. 여행에선 총 8개국, 12개 도시를 찾았다. 여행 시작은 영국 런던, 끝맺음은 그리스 아테네였다. 여행을 위해 많은 관광지와 숙소를 예약하다 보니 문득 불안감이 드는 날도 있었다. 그래도 준비 기간 동안 두근거리는 감정이 제일 컸다. 다시 돌아보니 이번 여행은 한여름 밤의 꿈처럼 빛나는 순간이었다.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체코를 여행한 뒤 마지
제1438호가 발간됐다. 숙대신보는 본교를 들여다보는 투명한 창이 돼주고 있는가. 우선, 커다란 한자로 쓰인 제호부터 바꾸자. 예로부터 신문은 매체 특성상 한문이 글자의 대다수를 차지했으나, 때는 2024년이다. 본교의 정통성은 숙대신보에 담긴 이야기로 흐름을 이어갈 것이다. 한자로 적힌 제호를 ‘숙대신보’란 한글로 바꿔보는 건 어떨까.학내보도 2면에 위치한 금주의 소식은 1면에 언급하는 것이 독자에게 훨씬 친절하게 다가온다. 주요 일정란은 독자의 눈에 잘 띄도록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한다. 학내보도 1면의 ‘학우 의견 수렴해 의자
본지 여론면의 주제는 모든 구성원이 참석하는 회의로 결정된다. 특히 논제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을 들어보는 코너인 ‘솔솔한 대화’ 주제는 더 예민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찬성 혹은 반대편의 의견이 사회에 유해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의에선 어떤 화제가 가장 중요한지, 학우들에게 알릴 가치가 있는지 치열하게 따져본다. 이때 늘 염두에 두고 있는 중요한 가치가 있다. 해당 논제에 대한 의견을 나눌 땐 그 무엇도 소외되지 않아야 한단 점이다. 지난해엔 노키즈존(No Kids Zone)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았다. 노키즈
전 세계의 콘텐츠를 집에 앉아서도 언제든 접할 수 있는 시대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콘텐츠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으며 ‘K컬처 열풍’을 불러오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시장은 ‘K-콘텐츠’의 주무대다. 케이팝부터 웹툰, 드라마와 영화까지 진출하지 않은 분야가 없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2월 12일(월) 발행한 ‘2023 K-콘텐츠 해외 진출 현황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웹툰이 태국 만화 시장의 47%를 차지하고 있었다. 1월 5일(금) OTT 서비스 넷플릭스(Netflix)에 공개된 드라마 ‘경성크리처’ 또한
남자주인공인 작곡가 ‘로저’는 과거를 돌아보고 다가올 미래를 걱정하며 현재를 두려워하는 인물이다. 병에 걸려 죽어가는 로저는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남길 수 있는 노래를 찾고있다. 여자주인공 ‘미미’는 그의 앞에 나타나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오직 오늘뿐이라 말하며 사랑을 갈구한다. 뮤지컬 는 외면하고 두려워하면서도 결국 사랑을 택하는 젊은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사랑 이야기가 전부는 아니다.뮤지컬 는 1990년대 미국 슬럼가에 살고 있는 예술가의 이야기를 다룬다. 작곡가 조나단 라슨은 예술가 친구의 삶을 기반으로
여행의 시작은 마일리지였다. 수개월 동안 이어진 항공사와의 서류 싸움 끝에 환불은커녕 마일리지만을 겨우 받아냈다. 마일리지를 보면 필자의 자산 같아 뿌듯하면서도 2년 안에 써야 한단 생각에 괜스레 불안해졌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당장 갈까?” 그렇게 토요일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목요일부터 찾아봤다.조건은 꽤 까다로웠다. 동행자와 필자의 일정에 모두 맞아야 하며 필자가 마일리지를 보유하고 있는 항공사의 항공편이 존재해야 했다. 또한 출발과 도착 시간이 여유 있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싼 티켓. 그 조
정체 모를 바이러스로 세계가 초토화됐다. 책에선 바이러스의 근원을 설명하는 대신 재난 속 인간의 행동에 주목한다. 바이러스를 피해 러시아를 떠도는 류 가족은 종말 앞에서야 사랑을 마주한다. 바쁜 일상을 이유로 사랑을 미뤄왔지만 재난 상황에선 내일이 없다. 우연히 만난 도리와 지나는 인간성을 잃은 세상에서 서로를 보며 위안을 얻는다. 긴 시간 동안 헤어져 온갖 풍파를 겪을 때도 서로의 미소를 떠올리며 견딘다. 사랑하는 여동생 미소는 도리의 삶의 이유가 된다. 담담한 문체로 만나는 극적인 사랑이 아름답다. 때론 세상이 디스토피아처럼 느
106기 수습기자로 본지에 들어온 지 두 번째 학기를 맞이했다. 그사이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마감날 밤을 새워가며 글을 다듬었던 동료 기자들은 하나둘씩 떠나갔고 필자에겐 ‘차장기자’란 직책이 주어졌다. 차근차근 배워가면 된단 생각에 본지에 지원했다. 하지만 계속 생겨나는 실수와 필자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길 때면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단 생각이 절실했다. 그럼에도 본지를 떠나지 못한 이유는 남아 있는 사람들 때문이다. 빽빽한 발간 일정 속에서도 좋은 신문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동료 기자들을 볼 때마다 마음을 다잡곤 한
올림픽 공원 호숫가 근처에서 만난 노란색 아기 고양이다. 필름 카메라 셔터를 누를 때 렌즈를 정확히 응시했다. 주말 아침, 가족과 함께 걷던 산책길에선 언제나 고양이 가족을 볼 수 있다. 이 노란 고양이는 그 가족 중 하나다. 사람을 무서워하진 않지만, 밥을 주지 않으면 보통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왠지 그날은 우리 가족을 빤히 바라보며 근처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던 걸까? 고양이는 잡초와 민들레 사이로 유유히 떠났다.김지현 법 20
‘숙명여대’는 필자가 입시 당시 6지망으로 생각한 학교였다. 너무 솔직할지 모르지만 새 학기를 맞아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본교를 6지망으로 생각했단 사실이 이젠 필자에게 중요치 않다. 그 사실은 현재의 필자에 대해 어떤 것도 설명해 주지 못한다. 그러나 분명 필자에게 본교가 6지망 학교에 불과했던 때가 있었다. 본교에서 2년을 보내며 어느새 ‘스며들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스스로가 새삼스럽다.본교 사진 중앙동아리 숙미회(이하 숙미회) 활동을 시작하며 숙명의 역사 속에 들어왔음을 처음 느꼈다. 휴대폰만 들고 사진 몇 장 찍어